공포

전편 : https://www.dmitory.com/index.php?mid=horror&document_srl=2327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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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753년.

16세 정도의 소녀가 배를 타고 폭풍우를 뚫고 일본으로 오게 돼.

사실 그 뒤로 특별한 일은 없었어.

소녀는 잊혀 졌고 그 뒤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어.


얼마나 흘렀냐구? 360년.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시간이었지.


헤이안시대 말기. 자식이 없던 무사부부가 아이를 하나 주워서 기르게 돼.

아이는 여자 아이였고 아주 어여뻤지. 아무도 요괴인걸 모를 정도로 말이야.


무사 부부 아래서 소중히 자라난 요괴는 18세가 되자 궁에 입궐해.

그리고 이름을 타마모노마에(玉藻前) 바꿔. 익숙한 이름이지?


어쨌든 요괴는 토바 상황의 궁녀가 됐고 눈에 띄는 존재가 됐어.


어떻게 보면 당연한거야.


스무살의 아름다운 소녀가 나이에 걸맞지 않는 지식까지 겸비했으니까.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이 스스로를 뽐내던 요괴는 천하 제일의 미녀가 됐고 천하 으뜸의 현녀도 됐지.


상황은 그런 요괴를 총애해서 성은을 내렸어.

그리고 요괴와 인연을 맺은 뒤로 상황은 점차 시름시름 앓다가 드러누웠지.

그 어떤 어의도 병의 원인은 찾지 못했어. 그저 이유모를 병. 이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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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당시 저명한 음양사였던 아베노 세이메이가 나타나.

그리고 병의 원인이 타마모노마에 라는 것을 밝히지.


정체를 들킨 타마모노마에는 백면금모 구미호로 변신해서 궁을 빠져나가 도망쳤어.

하나같이 도망은 잘친단 말이야.


요괴가 사라지고 나스노 영토에서 부녀자가 잇달아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해.

이 소식은 상황에게까지 전해지지.

상황은 구미호 토벌 요청을 받아들여서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와, 무사들과 장군들을 파견해.

물론 나스노 영주도 이 토벌에 함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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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힘을 합쳐서 도망친 요괴를 죽이러 갔지만, 요괴가 이겼어.

많은 전력을 잃고 첫번째 토벌은 실패로 끝났지.

당연해. 이 백면금모구미호는 아주 오래 묵은 흉악한 요괴니까.


그래도 저 요괴를 가만히 둘순 없었지.

무사들과 장군들은 요괴를 잡기 위해 심기일전을 하고 새로운 훈련을 해.

개의 꼬리를 여우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훈련하는 등등 최선을  다했지.

물론 요괴에 대한 대책도 철저하게 세웠어. 


다시 토벌이 시작되고 이번에는 인간이 우세했어. 요괴를 점점 압박했다니까.


점차 도망갈 곳을 잃은 요괴는 마지막 저항으로 나스노 영주의 꿈에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

제발 살려달라고 말이야.


하지만 나스노 영주는 여세를 몰아서 마지막 공세를 펼쳤어.

영리한 판단이야. 홀렸다면 아마 또 도망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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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면금모구미호는 옆구리와 목덜미를 두대의 화살에 꿰뚫리고, 장검이 내려쳐졌어.

그래서 끝났냐구? 아니.


구미호는 그 직후, 거대한 독석(毒石)으로 변했어.

그리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인간과 동물의 생명을 빼앗았지.

토바 상황이 붕어한 뒤에도 이 독석은 그대로 남아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어.


정말 질기고 끔찍한 요괴라니까.

진혼하러 온 고승들 조차 이 돌의 독기 때문에 차례대로 목숨을 잃었어.


그 후 3백 년쯤 지났을까.

무로마치 시대에 이르러서 시현사 사찰(示現寺)를 연 고명한 승려 겐노가 돌을 파괴해.

하지만 사악한 독석 조각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 날아가버렸지.


그리고 그렇게 흩뿌려진 독석은 파편조차 범상치 않아서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에는 살생석의 조각으로 추정되는 바위들이 존재한다고 해.


물론 가장 큰 조각은 바로 위에 저 사진의 독석이지만 말이야.

지금은 살생석으로 부르는 저 독석의 위상이 얼마나 어마어마 한지, 매년 지자체에서 구미호 위령제를 지낸다고 해.

대단한 일이야.



그럼 이제 드디어 백면금모구미호가 잠잠해 졌을까?

나타날 때마다 나라를 몰락하게 하고, 혼란을 주고, 대재앙을 불러오던 이 요괴는 돌이 되어 끝난걸까?

글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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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22년 3월) 살생석이 쪼개졌다지 뭐야.

과연 백면금모구미호는 어떻게 됐을까?

힘을 축척해서 벗어난걸까? 아니면 힘을 다해서 부서진걸까?

나라가 망할때 나타난다는 이 여우는 살생석에서 벗어나 지금 일본을 활보하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니?


여우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22년 12월에 기사가 하나 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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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전설이 남아있는 '살생석(셋쇼세키)' 부근에서 멧돼지 8마리의 사체가.

 

과거에도 동물 사체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한번에 8마리나 되는 사체가 발견되는 건 드문 일.

관계자는 '이 정도 숫자는 들어본 적 없다' 고 놀라.

부근에서 나오는 유독한 화산 가스가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

  • tory_1 2022.03.08 14:37

    잘 읽었어 토리야! 흥미로운 이야기네 

  • tory_2 2022.03.08 15:00
    헉 ㄷㄷ
  • tory_3 2022.03.08 15:41

    독석 쪼개져서 파편 전국으로 퍼져서 문제 일으키는 거 왠지 이누야샤 사혼의 구슬 생각 난다 ㅋㅋㅋ

    이야기 진짜 재밌다 고마워!

  • tory_4 2022.03.08 17:39
    재밌다 잘 읽었어!
  • tory_5 2022.03.08 22:48
    존잼이닼ㅋㅋㅋㅋㅋ
  • tory_6 2022.03.09 13:01
    와 존잼!!! 글 고마웡
  • tory_7 2022.03.09 14:10

    만화 봉신연의도 떠오르고, 이누야샤도 떠오르고 하는데  이 이야기에서 모티브가 나온걸까?? 정성들여서 올려준 글 정말 고마워, 재미있게 잘 읽었어!!!

  • tory_11 2022.03.11 09:41

    맞아 ㅋㅋ 봉신연의도 떠오르고 이누야샤도 떠오르고.. 모바일 게임 음양사도 떠오른다 ㅋㅋ

    다 모티브가 될 만한 설화가 있었구나

  • tory_18 2022.03.21 13:37

    만화 봉신연의는 봉신방이라고도 불리는 중국고전소설을 원작으로 패러디한건데 소설 봉신연의에서도 달기는 경국지색 여우(정확히는 여우가 귀족 딸의 몸을 차지함)으로 나옴!

  • tory_8 2022.03.10 09:44

    너무재밌다

  • tory_9 2022.03.10 15:07
    사혼의 구슬이냐며…
  • tory_10 2022.03.10 21:11
    톨토리 고마워 다음에도 이런글 또 들고와줘!!
  • tory_12 2022.03.11 14:4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7 14:55:01)
  • tory_13 2022.03.11 15:42
    와 진짜 재밌당 아는 사람 있을지 모르겠는데 누라리횬의손자 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하고로모기츠네? 아는 빌런도 이 요괴 모티브려나
  • tory_14 2022.03.13 08:40
    짱 잼~~!!
  • tory_15 2022.03.13 14:30
    와 너무 재밌어ㅠㅠㅠㅠㅠ
  • tory_16 2022.03.15 23:02

    어쩌다 돌이 깨진걸까 흥미진진하다

  • tory_17 2022.03.20 02:57
    지금 그래서 일본 지진도 많고 그런걸까ㅜ
  • tory_19 2022.04.29 16:0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4/29 16:07:10)
  • tory_20 2023.01.12 22:39
    뭐지 벼락이라도 맞았나.. 누가 저 돌좀 지질학적으로 분석해줬으면 좋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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