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페르 🐛 1권 나눔 후기 (스포주의)

https://www.dmitory.com/novel/208863691

깜짝 소매넣기 받은 찐톨이야.


때는 10월 초
월초마다 패기롭게 계획을 세우는 습관이 있는 톨은
여느 때처럼 <벨 입문 이것만은 읽어라>의 상상 목록을 짜보고 있었다

상상 속에서의 톨은
맵찔이를 탈출하고!
내 눈을 바라 봐 한 번에 읽히고!
제목만 스캐닝 해도 글이 영화처럼 재생되는 ㅎㄱㅇ 스러운 꿈을 품고 있었으나

현실의 톨은 모든 책의 1권을 읽는데에 심력을 소모하는
느림보+혀는 매운 맛을 원하나 먹고 뒷감당이 불가한 맵찔이였던 것이다.

8권 짜리 이과적 상상력이라는 장편 알리페르를
과연 벨생 어느 지점에 먹어야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문과톨은 혼자 밀고 당기며 각을 재던 중

갑자기 등장한 5톨에게 알리페르 1권을 받아 먹게 된다.

뭣 모르는 응애 유충이 되어 하구하구 1권을 먹었다


*

🐛🐛🐛<1권 줄거리>🐛🐛🐛

‘알리페르’라고 불리는 인간과 유사한 외형을 가진 곤충이 등장.
육식성인 알리페르는 인간을 주식으로 삼고, 인간을 교미의 대상으로 둠.
인류는 괴멸 될 뻔 했지만 ‘몰란도 넥시움’이라는 영웅이 활약하며 남은 인류를 모으고 황무지에 헥사비스라를 건설해 인류를 보호함.
초대 황제인 몰란도 넥시움의 유언을 받들어 넥시움의 이름을 물려 받은 황가의 자손들은 알리페르 토벌에 헌신해왔음.

이시나 넥시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황가의 후손이야.
현 황제의 유일한 동생이자 알리페르 토벌에 앞장 선 군인인 그는 제국의 영웅이야.
황제이지만 알리페르가 두려워 안전지대인 헥사비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형의 함정에 빠져 준비가 완료되지 않은 채 알리페르 토벌 원정에 나선 이시나 넥시움.

그는 동료들을 잃고, 현존 최강인 알리페르의 왕 렉사와 조우하게 돼. 이시나 넥시움은 렉사와의 첫 대면에서 다리와 팔, 안구 한쪽을 뜯어 먹히고 렉사에게 ㄱㄱ 당한 후 헥사비스로 귀환 함.

만신창이가 된 이시나 넥시움은 육체적 외상과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으며, 영웅으로 칭송 받던 세간의 눈을 피해 도망쳐. 그는 자기 안에 알리페르의 알집이 있는 것을 알고 혼자 집을 얻어 그것을 제거해. 괴롭고 외로운 작업 후 정신을 차렸을 때 꺼내서 방치한 알집에서 유충 한 마리가 살아남고 삐잇삐잇하고 울며, 양상추를 좋아하고, 부드러운 표면과 체온을 가진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에게 적의를 느끼지 못한 채 유충을 살려둬.

유충과의 비밀스러운 공존이 시작되면서 이시나의 인생은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


🐛🐛🐛<1권 읽고>🐛🐛🐛

-이야기를 말할 때 텔링과 쇼잉의 적절한 비율 때문에 중요한 정보 전달과 함께 특정 장면들의 구체적 시각화가 잘 된 점이 제일 좋았어.

-인류vs알리페르 대립의 역사와 “넥시움”가의 의무를 압축 서술한 도입부는 간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세계관을 제시했어. 특히 이 관점이 지극히 인간 중심의 서술이라 이시나 넥시움이 알리페르라는 미지와 조우하면서 겪게되는 개인의 경험적 진실과 어떤 간극이 있는지 대비하면서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아.


-1권은 제국의 영웅 군인이었던 “이시나 넥시움”의 추락기의 서막과도 같아. 알리페르 토벌에 앞장 서며 넥시움가의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온 이시나가 렉사에게 패배하고 치명상을 입고 돌아오면서 그의 역할은 강제로 종료되고 칭송받던 넥시움의 이름의 무게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려놓게 돼. 평생의 과업이자 역할이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다른 대상이나 목적이 이시나에게는 없어. 그는 동료와 부하를 거느렸었고, 넥시움이라는 이름을 나눠가진 혈육들이 있었지만 그들에게 이시나는 알리페르 토벌을 성공할 때에나 가치 있던 쓸모였거든.

이시나가 평생 꾸려온 모든 걸 잃고, 의안, 의족, 의수 등의 패배의 증거와 함께 얻은 건 렉사가 몸에 남기고 간 알리페르 2세인 유충이었어.

이종인 인류의 적. 유충 또한 알리페르기에 배에서 꺼낼 때의 각오처럼 바로 죽여야 마땅한데 이시나는 망설임을 느낌. 울보 유충을 자신을 죽기 직전까지 몰고간 성체 렉사와 동일시하지 않는 순간. 유충은 먹고, 자는 것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연약한 갓난벌레?일 뿐임.

-유충에 대한 이시나의 심경 변화.
“알리페르의 유충”이라는 종의 특성이 아니라,
자신 곁에 있는 유일한 유충으로 인식하는 과정도 굉장히 인간적인 정의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어. 1권에서 이시나가 유충과 관계 맺기를 하는 과정은 이 만남의 계기가 된 피폐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우당탕탕 시트콤처럼 그려져. 그리고 유충의 무게, 촉감, 체온, 우는 소리 등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느낀 것들로 이시나가 유충을 배워가는 점이 좋았어.

지금까지 알리페르=토벌할 적.이었기 때문에 이시나는 그들을 죽일 수 있는 약점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갖고 있었어. 다만 유충을 먹이거나, 치료하거나, 사회화 시키는 생존을 위한 정보는 전혀 없었어.

-헥사비스의 위치적 중심이자,
1권 사건의 중심이 되는 도서관 리비에.

헥사비스는 도서관 리비에를 중심으로 제국의 각 층이 나뉘어져 있어. 평소 도서관과 실물로 된 종이책을 좋아하는 나는 인류가 멸망직전까지 갔던 이세계의 사건 배경으로 도서관이 등장하는 설정도 마음에 들었어.

알리페르에서 잠깐씩 언급되는 책이 실제로 있는 고전 제목들도 있어서 인류와 신종 곤충이 대립하는 낯선 세계관이지만 동시에 구체적인 평행 우주/또는 암울한 미래로 이입이 잘 되더라.

리비에는 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헥사비스의 세계관 속 제국민의 삶도 하늘과 가까운 곳부터 지하까지 수직적으로 계층화 되어 있음. 이런 삶을 층별로 나뉘는 설정과 비밀에 감춰진 지하층 포스로 제 발로내려가게 되는 이시나의 숙명 등이 잘 그려져.


-1권은 거대한 이야기의 서막처럼 읽었어.

알리페르의 왕 렉사와의 조우
제국민의 영웅 이시나 넥시움의 추락
유충의 탄생
안전지대 헥사비스, 리비에 도서관의 비밀
그리고 분리되어 있던 지하 포스에서 벌어지는 실상.

이야기는
하늘을 날 수 있는 곤충
땅을 딛고 선 인간
땅 밑에 묻어둔 비밀
등 밑으로 밑으로 파고들며 전개되고,
그 과정에서 이시나가 경험하거나 목격하는 사건을 따라
‘인간 위주’로 고정되어 있던 개념과
어떤 상황에서는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는 당위적 인식은 한겹씩 벗겨지며 진행 돼.

1권을 읽는 내내 위에서 아래로, 밖에서 안으로 이어지는 상상과 인식의 여정이 즐거웠어.

불가해한 인외존재를 통해 인간성에 대해 묻고 있는 책의 전반적 주제의식이 마음에 들어서
내가 이 상황이었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도 A처럼 느꼈을까?
나는 B가 더 익숙한 사람일까?
익숙한 것이 옳은 것이 될 수 있을까? 등등
오랜만에 숙고하며 푹 빠져 읽을 수 있었어.

다른 벨 소설은 생각나지 않고
평소 에일리언, 프로메테우스, 기생충, 설국 열차 등의 영화를 보며 if의 상상을 즐겨하는 톨이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어.

*


https://img.dmitory.com/img/202110/46U/fUD/46UfUD9WvS8eeoy04aEwk4.jpg

https://img.dmitory.com/img/202110/47N/itS/47NitSsAVWSyQGGOU2ESKw.jpg

https://img.dmitory.com/img/202110/3zn/DBq/3znDBqFoje0ISMgCMGwEqi.jpg


나눔톨 나눔 고마워💜

나눔톨의 선물로 만나게 된 알리페르는
디테일한 상상력이 바탕 된 세계관과
이종과의 대립, 조우, 공존 등의 문제 상황
그리고 고뇌하는 이시나와 함께 하는 고민하는 독서 경험 모두가 좋았어.

평소 취향의 안전한 선택지가 아닌
헥사비스 밖을 탐험하는 기분이었고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

1권은 두 번 읽었는데 ㅠㅠ

나는 아주 짧게 나왔을 뿐인 렉사 주식을 잡아버린 것만 같고
이시나의 몸을 뜯어먹은 미지의 존자 렉사보다
인간사 벌어질 일들의 인과성을 알면서도 이시나를 피의 전장에 내몬 황제가 더 싫을 뿐이고
(가장 잔인한 건 인간이다!)
쥬드 ㅠㅠㅠㅠ 하며 너무 울었을 뿐이다.

https://img.dmitory.com/img/202110/4U0/1E9/4U01E92rvqc2EQgUgki080.jpg

뭔가 과몰입 오타쿠의 앞날이 예상된다 ㅠㅠㅠㅠ

나눔톨 나눔 고마워💜
이 글 보게 된다면,
나눔톨의 인생작이나 극호작 등 다양한 책의 제목들 꼭 알려 주기야 삐잇삐잇 (귀척 아님 유충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