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작성글 보는데
삼밤 업뎃되던 날에는 업뎃된 회차 보자마자
와서 글쓰고 그랬었네ㅎㅎ
이런저런거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는데
긴 후기에 앞서
저는 공편애지만 삼천의 밤에 있어서 만큼은 에런을 인생수라고 뽑을 정도로 극강 에런 편애임을 밝힙니다ㅎㅁㅎ
<삼천의 밤 극호 리뷰>
1) 에런 캐릭터
작품에서 에런을 되게 좋아했어.
사실 첫부분을 보면서는 어렸을 때부터 심각한 학대에 시달린 나머지, 약에 의존하면서 사는 캐릭터는 평범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더라.
그렇게 폭력에 무뎌지고, 학습된 학대로 인해 제대로 맞서지도 못하면서
그래서 다 망가진 척, 아편이나 하는 망가진 무기력한 망나니인 척 살면서도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조각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더라.
그러면서도 자신의 상황에 대해 연민하지 않아. 또 자기가 얼마나 귀족으로서 각종 혜택을 누리는지도 알아.
그래서 그걸 누군가에 털어놓거나 힘들다고 투정부리지도 않고 혼자 감당하고 삭힐뿐.
사실 본인 상황이 워낙 안좋은 상태라 동생은 신경쓸 여력도 없을텐데, 그 와중에 차남이라서 장남인 본인일 뒷처리나 가문 관련 각종 불명예스러운 일을 아버지가 차남한테 떠넘기는거 다 눈치채서 미리 손써서 도와줘.
그 도와주는 태도 역시 동생에 대한 동정도, 연민도 아니야.
당연히 자기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결정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다른 계산도 안해.
그렇게 피폐한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자기만을 바라보고 자신을 위해서라면 자기를 힘들게 만드는 사람을 죽여버리겠다고 한건 아마 맥퀀이 처음이었겠지?
사실 그간 에런에게 말도 안되는 학대를 한다고 해도 상대는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최고의 가문의 귀족이었으니까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겠지. 감히 누가 말릴 수 있었겠어.
그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기한테 먼저 손을 내밀은 사람이 맥퀀이었는데, 결국 기억을 되찾고나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경멸하듯 자기를 쳐다보는 그 와중에도 아무말 안하고 흐트러짐 없이 그저 떠나잖아.
심지어 맥퀀의 약혼 소식을 듣고 아편 과다 사용으로 쓰러질 정도로 맥퀀이 자신의 인생에 큰 부분을 차지한 사람이었는데도, 단 한번도 먼저 매달리지 않았고. 그리고 그런 맥퀀의 과거를 들으면서도 맥퀀에게 어떠한 면죄부도 주지 않기도 하고.
이런 모든 일이 있는 와중에서도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
1부에서는 재능있는 유망한 젊은 조각가로서, 2부에서는 유능한 정치가로 활약하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재능이나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계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결론적으로 에런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어떤 일을 하던, 어떤 선택을 하던, 그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고.
과거를 동정하거나 연민하거나 그 감정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2) 맥퀀 캐릭터
개인적으로 맥퀀 캐릭터는 아직 애정이 안가서요 흠흠.
그래도 이 부분은 꼭 짚고 싶었음.
에런을 변화시킨건 맥퀀인 것 같아.
에런은 너무 어렸을때부터 폭력에 노출되어 와서 막상 나이가 다 찬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맞서봤자 상황은 더 악화된단 걸 아니까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면 고스란히 당하던 에런이, 총을 빼들고 아버지한테 맞서는거. 그리고 기어이 그 총을 쏠 수 있게 만든 건 맥퀀 덕분인 것 같음. 그 사이에 아버지에 대항하기 위해 뭔가를 차곡 차곡 준비하고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고.
맥퀀이 오두막에서 에런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향해 맞섰던게 에런에게 일종의 각성의 기회를 준 것 같기도 함...
어쨌든 이 놈 이거 야망쓰레기임 암튼 쓰레기임
3) 여성 캐릭터들
작가님이 공지에
여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캐들에게 굉장히 섬세하게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았어.
당시 시대상이 상당히 수동적이고 보수적인 여성이 주류일 수 밖에 없고 복잡하게 역사적 사건이 얽히면서 공수간 정치적 갈등, 수와 아버지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여캐들을 놓치지 않으시더라.
주로 나오는 여캐는 여왕, 뉴캐슬 영애, 엘리셔로 알고 있는데 여왕은 짧은 분량이지만 나올 때마다 보수파와 진보파 사이의 평형점을 찾으면서도 왕으로서의 권위를 잃지 않는게 인상적이었고(자칫하면 여기저기 흔들리는 줏대없는 캐릭터가 될 수 있는데),
엘리셔는 허약한 몸에도 자신의 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 뉴캐슬 영애도 사랑을 잃지 않으려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비엘이니까 소모되기 쉬운 여성캐릭터임에도 캐릭터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았어.
4) 소설의 역사적 배경
많이 공부하신게 느껴지더라.
그리고 그 내용을 소설 속에서 완급조절을 잘해서 쓰셨다고 생각해.
나는 세계사 이쪽을 진지하게 공부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상당히 많은 복잡한 용어들이 시대 반영을 위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안간다거나 어렵다고 느낀 부분은 딱히 없었어. 그리고 너무 역사쪽으로만 서술이 치우친다거나, 아니면 인물에만 치중된다 등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느낌도 못 받았고. 인물간의 사랑 이야기를 역사속에 잘 녹여서 쓰셨다고 생각해. 또 당시 시대적 배경과도 크게 괴리감 느껴지지 않게 잘 묘사된 것 같고.
나중에는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작가가 묘사하는 배경에 매료되었을 정도...ㅋㅋㅋ
정말 여러모로 공들여 쓴 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재를 달렸어.
그래서 누구보다 완결과 이북을 기다렸는데...
몇달전으로 돌아가고 싶네.
예전에 끄적끄적 해뒀던 후기였는데
이제 작가님께 완결을 내달라고 말씀 드리는 것조차 죄송할 정도가 되버렸네ㅎㅎ...
여러모로 인상적인 글이었고 참 좋았는데
언제 또 후기를 쓸 수 있게 될지 알 수가 없어서
언젠가의 단행본을 기약하며...(사실 기약하는것도 죄송할정도)
잡다한 후기를 이만 마치겠습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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