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거의 모든 주말마다 할머니와 같이 있었다. 언제나 할머니 방의 작은 트윈 침대에서 잠이 들었는데, 할머니는 내가 거세한 수소처럼 발을 뻥뻥찬다고 투덜댔지만, 날 다른 방에 재우는 일은 없었다.
어느 날 밤, 부엌에서 누군가 돌아다니는 소리와 복도까지 비추는 부엌 샹들리에의 빛 때문에 잠에서 깼다. 호기심에 못 이겨 테디 베어를 들고, 살금살금 거실을 지나 몰래 냉장고를 뒤지는 오빠를 기대했다. 하지만, 거기엔 할아버지가 계셨다. 할아버지는 초코우유를 만들고 계셨던 거다. 할아버지는 내 발소리에 돌아보시고는, 웃으며 같이 초코우유를 먹겠냐고 물어보셨다. 할아버지는 초코우유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셨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 나의 학교 생활과 테디 베어에 대해 얘기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벌써 다 컸다며 자랑스러워 하셨다. 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그가 웃으며 빛내던 장난스럽고 행복한 눈빛을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거기서 떠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행복했기에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초코우유는 너무 빨리 동이 났고, 할아버지는 일어나 내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이제 잘 시간이라며 본인은 떠날 시간이라고 말씀하셨다. 난 투덜댔지만 결국 알았다고 했다. 하품도 나오고 연신 잠오는 눈을 비비고 있었지만 할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게 실망스러웠다. 할아버지가 유리문을 열고 나가 길거리로 나서는 걸 보고,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가 나보고 언제 초코우유를 만들어 먹었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한 게 아니라고 하자 그럼 오빠가 왔다 간 거냐고 하셨다. 역시 아니라고 했다. 그럼 컵을 왜 두 잔이나 썼는가? 계속 내가 한 게 아니라고만 했다. 난 내가 어지른 건 치워도 그 밖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질문이 계속 될수록 할머니는 혼란스러워 하셨다.
"크리스틴, 날 놀리고 있구나." 할머니는 못 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는 발끈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줬어! 할아버지는 초코우유가 제일 좋대. 학교 얘기도 하고 테디 베어 얘기도 했어." 할머니는 충격을 받으신 듯 했지만 곧 다시 미소를 지으셨다.
"아, 그것 참 잘됐구나." 어색한 미소였다. "그럼 이제 팬케이크를 만들어 볼까." 아주 자연스럽게 화제가 바뀌었다. 그 후론 평소대로 아무 일 없이 흘러갔다. 팬케이크는 맛있었고 점심에는 맥도날드를 먹었다. 할머니는 새 바비인형도 사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는 어떻게든 내가 할아버지와 보냈던 그 시간, 한밤 중의 초코우유를 잊어버리게 하려고 애쓰셨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절대 그 집에 있어선 안 됐던 것이다.
나는 많은 할아버지들이 그들의 손녀딸들을 위해 그런 일쯤은 기꺼이 해준다는 걸 안다. 그냥 행복한 한 때인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가 그토록 내 얘기에 충격받으셨던 이유는.. 할아버지는 술은 절대 입에 안 대면서도 초코우유 만큼은 입에서 떼놓지 않았던 분이었다. 그 시절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겠나. 할아버지는 엄마가 겨우 12살일 때 건설 사고로 돌아가셨다. 아직도 내겐 그 때 먹었던 초코우유가 내 생애 최고의 초코우유다.
원문주소: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3ysi08/the_best_chocolate_milk_ever/
번역출처: https://blog.naver.com/rock_steady_/220583461968
;ㅁ; 할아버지가 손녀 만나러 왔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