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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ann.nate.com/talk/351459504?&currMenu=talker&page=1






저는 34살이고 중소기업 과장이에요.
이젠 전남친이 된 그 사람은 35살로
저랑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과장입니다.


사내커플로 1년 정도 사귀다가
작년 가을에 전남친이 다른 회사로 이직했고
최근 결혼하자고 하길래 승낙했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뭔가 진행은 못하고
상황 봐서 내년 봄이나 여름에 하자며
서로 결혼 준비에 필요한 대화를 하면서
부모님께 인사드릴 날짜 잡는 중이었어요.


자연스레 월급과 결혼자금 얘기가 나왔고
그 사람은 9천만원을 모았다더군요.
저는 4천만원을 모았고요.


월급은 자기랑 비슷하게 받으면서
(둘 다 실수령 300만원 정도입니다.)
여태 고작 4천만원 모았냐며 몰아붙이더군요.
네, 4천만원만 들으면 누구라도 적다고 하겠죠.


하지만 제게도 사정이란게 있었고
그 사람에게 제 사정을 모두 설명했었습니다.
결혼 얘기 나오기 전부터, 사귀면서 얘기했었어요.


제가 중학생 때
아버지가 손대신 사업이 잘못되면서 빚이 생겼어요.
살던 집을 팔아서 갚아도 2억대 빚이 남았어요.


아버지도 바로 일을 구하셨고 엄마도 일하시고 
저와 오빠도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하면서 도왔습니다.


오빠는 공부머리 없다며 대학 진학을 포기했고
그나마 성적이 좋은 저라도 대학 가라고 그래서
저는 학자금대출 받아 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렇게 네 식구가 매달려 빚을 갚고
겨우 월세 탈출해서 전세로 이사갔습니다.
그게 제가 31살 때네요.


가족 빚 갚는 거 돕느라 미뤄뒀던
제 학자금대출을 그때부터 갚기 시작했어요.


2900만원 정도 되는 대출금 갚는데 1년 조금 넘게 걸렸고 
32살 끝자락에 드디어 모든 빚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그 후 모으기 시작한 돈이 4천만원 조금 넘습니다.
월 230만원씩 모았네요.


돈 모으기 시작하면서 전남친을 만나게 됐고
사귄지 반년 이상 지난 후, 나이도 있고
진지한 만남이란 생각 들어서 사정 얘기 다 했었어요.


그런 저에게 
힘들었겠다, 고생했다, 이제 모으면 되지
그렇게 절 위로하던 사람이었는데...


막상 제가 2년간 모은 돈이 4천만원이라 하니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네요.


자기는 쓸 거 다 쓰면서 조금씩 모아도
이 나이 되니 9천만원은 되더라며
다 부모님한테 몰빵한게 말이 되냐
그게 변명이 되냐 고작 4천만원 가지고
결혼하겠다고 승낙을 했느냐 하더라고요.
그 말들이 너무 비수로 저에게 꽂혔습니다.


하지만 변명하는 것도 비참하고
그래, 우린 사는 환경이 틀리구나 싶어
알겠다, 서로 경제적인 차이가 크니 헤어지자 했는데


저보고 부모님께 도움 받아서 1억을 채워오라더군요.
자기도 올해 안에 1억 채우겠다고.


니 말대로 부모님께 니가 몰빵했다면
이제 부모님이 너 도와주실 차례 아니겠냐면서요.


절 도와주실 형편이 되셔야 말이죠.
이제 겨우 전세 살면서 노후자금 마련하신다고


조금씩 돈 모으시는데 그걸 뺏어올 수 있나요?
제가 노후를 책임져 드릴 것도 아닌데?


그렇겐 못하겠다, 그냥 우리 안 맞으니 헤어지자 했더니
결혼할 것도 아니면서 왜 시간낭비하게 만들었냐며
양심이 없다며 저를 공격해오네요.


여유 생겼다고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아보겠다고
연애하고 결혼할 생각한 내가 미련했다
넌 너랑 맞는 여자 만나라 하고 헤어졌어요.


전화번호 차단하니 메신저, 메일로 연락오고
아직도 저를 꾸준히 공격했다 달랬다 하네요.


방금도 메일함 열어보니 
누구든 니 나이에 4천만원 모았다고 하면 기겁한다며
잔뜩 날선 악담을 보내왔네요...


어차피 이 사람과 저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끝이지만


살다가 좋아하는 사람 생겨도,
가난하니 시작조차 말고 그냥 단념해야 하는 걸까요?


그 사람의 날선 말들이 생각나 자꾸 우울해집니다...





-----



전남친 메일 보고 우울해서 쓴 하소연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댓글에 놀랐습니다.
대부분이 격려해주시는 내용이라
감사하고 위로 많이 받았습니다.


전화번호, 메신저, 업무중 쓰던 그 사람 개인메일
모두 현재 차단한 상태인데 간혹 다른 메일계정으로
어제처럼 악담을 보내오네요.


아직 헤어진지 1주 정도 밖에 안됐으니
그 사람 나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고보니 정말 다행인게
둘 다 차가 없어서 그 사람이 절
저희 집까지 바래다 준 적 없어서 집을 몰라요.


부모님께도 아직 인사 드리기 전이었고
그래서 남은 소통 창구가 메일 뿐이라...
메일을 자꾸 보내는 것 같습니다.


설마하니 회사로 쫓아올까 싶긴 한데
혹시 몰라 회사도 옮길까 생각중입니다.
근데 코로나 때문에 이직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간혹 질타하는 댓글들도 있더군요.
2년간 230씩 모았다면서 왜 5천이 아니라 4천이냐
그렇게 모으려면 남자가 데이트 비용 다 낸거 아니냐
돈 4천만원 밖에 없으면서 왜 결혼 승낙했냐


그냥 넘어가도 되지만
조금 억울해서 해명해봅니다.


2년이라고 간단히 썼지만
32살 가을에 빚 청산 후, 34살 현재
4월 말 적금 자동이체 된 것까지
정확히는 19개월간 모은 금액이에요.


230만원 적금 빼면 약 70만원 남는데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서 고정지출은
핸드폰비 약 5만원+경조사 비상금 10만원
화장품/옷에 약 5만원+교통비 7만원 제외하면


보통 약 40만원이 남는데
거의 다 데이트 비용으로 썼습니다.
딱 잘라 반반으로 데이트 하진 않았지만
오늘 네가 밥 사면 내일 내가 밥 사는 식으로
비슷하게 해왔고 여행 같은 걸 다니지도 않았기에
그 사람이 큰 돈을 쓸 일이 없었습니다.


사귄지 반년쯤 됐을 때 내 사정 얘기 하면서
학자금대출 갚고 지금 돈 모으기 시작한지
겨우 몇개월 됐다 얘기했었기에


모으는 돈의 정확한 금액은 말 안했지만
비슷한 연봉이니 제가 얼마나 모았을지
그 사람이 계산기 두들겨봤다면 그때 대략 알았겠죠.


그래서 제 자금 사정 어느 정도 알거라 생각했고
그럼에도 결혼하자 해오길래 승낙했던 겁니다.
제가 미련했던 건지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몰랐어요.


아직 저도 첫 연애였고 이별한지 얼마 안돼서
한편으론 그래 잘 헤어진거야 하면서도
우울해지거나 하는 감정이 때때로 있네요.


그래도 맞지 않는 사람끼리 어떻게 살겠나
저런 모진 말 하는 사람과는 잘 헤어졌다 라는 생각이고 
다시 그 사람과 만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위로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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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04 2020.05.16 08:52
    톨아 대단하고 멋져. 톨네 엄마 케어하는데 2천이나 모았다니..
  • tory_94 2020.05.15 22:4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8/25 18:57:06)
  • tory_95 2020.05.15 23:0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5/22 02:22:24)
  • tory_96 2020.05.15 23:19
    시발새끼 혼자 그럼 처살든가 누굴 끌어들이려고 개자식
  • tory_97 2020.05.15 23:2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6/18 12:02:55)
  • tory_97 2020.05.15 23:2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6/18 12:02:52)
  • tory_98 2020.05.15 23:49
    유흥에 쓴것도 아니고 출처가 분명한데 도랐나 저 한남이.
    헤어져서 천만다행. 행쇼
  • tory_100 2020.05.16 00:51
    4000이 적냐고... 집에 생활비 대고 그러는 사람은 2년동안 저거 반도 못모으는데
  • tory_101 2020.05.16 01:43
    조상신 열일
  • tory_102 2020.05.16 02:38

    결혼 전에 헤어지길 잘 한 듯

  • tory_103 2020.05.16 08:37
    글 쓴분이 너무 순수하시네....
    첫 연애라 그런가 본인이 가스라이팅 당하는 중인거도 모르고 ㅠㅠ

    잘 헤어졌고 이제껏 똑순이로 살아오셨으니 앞으로고 그렇게 사심 됨. 저런 남자 만나면 결혼해도 내내 고생임
  • tory_105 2020.05.16 09:38

    씹새끼가 어디서 후려치기질이야 ㅅㅂ 19개월에 4천만원 어케 모아 대체... 글쓴이가 너무 대단하고 저 한남새끼 똑같이 모아보라그럼 절대 못모을듯 

  • tory_106 2020.05.16 12:39
    결혼전에 저래서 차라리 다행이네
    애 낳고나서 저러면 더 답 없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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