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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인간관계의 본질과 치유에 관하여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하 날찾아)가 최종회에서 주인공들의 행복한 재회를 보여주며 종영했다. 21일 방송된 마지막회는 해원(박민영)이 그동안의 상처를 극복하고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무너진 관계를 회복해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은섭(서강준)의 곁을 잠시 떠났던 해원은 시간이 흘러 행복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북현리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소원했던 엄마 심명주(진희경)는 처음으로 딸에게 편지를 보내 용서를 구했고, 아픈 비밀을 간직해온 채 살아온 이모 심명여(문정희)는 해원과 명주의 배웅을 받으며 남자친구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하여 떠난다.

해원은 긴 세월 오해와 애증으로 얽혀있던 친구 보영(임세미)에게도 '날씨가 좋다'는 문자를 보내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모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은섭과의 사랑을 다시 시작한 해원은 행복한 표정으로 앞으로 북현리에서 은섭와 함께 '아주 오래오래 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동명 연애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서울 생활에 지쳐 시골 마을로 내려간 여주인공 해원이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동창 은섭을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물이다. <연애시대>의 한지승 감독이 연출을 맡고 JTBC <한여름의 추억> 등을 집필한 한가람 작가가 대본을 썼으며, 청춘스타 박민영과 서강준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마음 속의 '비밀과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해원은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어머니(실제는 이모)가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는 끔찍한 사건으로 인하여 일생을 '살인자의 딸'이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명주는 동생을 구하기 위하여 진실을 감춘 채 살인자의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썼고, 명여는 그로 인하여 10년간 죄책감에 시달리며 각자 세상과의 관계를 단절하며 살아왔다.

은섭은 부랑자였던 아버지와 자신을 버린 친모로 인하여 한때 산속을 누비던 고독한 아이였다. 보영은 그러한 은섭을 향한 오랜 짝사랑과 해원을 향한 우정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한순간의 실수로 해원의 비밀을 발설함으로써 친구에게 씻지 못할 큰 상처를 주게 된다. 

등장인물은 모두 인생의 밑바닥에 이르는 순간의 감정을 경험했으며, 타인의 시선과 관계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자발적인 '아웃사이더' 기질을 지니게 된다. 초반부 스산하고 차디차게만 보이던 북현리의 겨울 풍경, '어둠'이 강조된 은섭의 산속 오두막집으로 오는 길이나, 명여-해원이 거주하던 호두하우스 등은 모두 인물들 내면의 고독을 극대화하는 공간이다. 드라마는 저마다 정서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인물들이 조금씩 서로의 아픔과 고민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면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치유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날찾아>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느리고 어두웠다.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4부작 정도의 단막극에 더 어울리는 내러티브였다. 극을 이끌어가는 몇 개의 중심적인 사건과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16부작을 채울 정도의 세세하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부족하다 보니 극의 흐름이 늘어지거나 주인공의 감정선 전개가 '고구마'같이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이 작품은 장르적으로는 서정멜로를 표방했지만 정작 남녀주인공의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핵심은 아니었다. 가정폭력, 살인, 왕따 등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사건들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은 오히려 공감대를 떨어뜨리고 극의 분위기를 무겁게 몰고간 원인이기도 했다. 내내 지지부진하다가 마지막회에 이르러서야 주변인물들의 용서와 화해는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 서강준과 박민영이라는 화제성있는 조합에도 불구하고 <날찾아>가 시청률이 1~2%에 그치며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 서강준과 박민영의 멜로 호흡은 배우들의 나이차이나 전작의 캐릭터가 딱히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청춘 배우들의 시청각적 매력에 의존한 멜로 감성마저 받쳐주지 못했다면 이 작품은 너무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장 돋보인 배우는 역시 심명여 역을 연기한 문정희였다. 몸과 마음의 병을 모두 감추기 위하여 늘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무뚝뚝하고 시크한 겉모습 뒤로, 누구보다 섬세하고 따뜻한 내면을 표현해내는 감성연기를 선보였다.

자살시도를 하려던 해원을 위로하며 "죽지마. 니가 죽으면 나도 죽고 니 엄마도 죽고 울엄마도 죽어"라는 대사는 명여라는 캐릭터의 매력과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일말의 포장이나 질척거림도 없이 매번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듯 하지만, 그 속에 상대를 생각하는 진심이 묻어나는 명여식 무표정 화법은 오히려 그 담담함으로 듣는 이를 더 먹먹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로맨스물보다 휴먼드라마에 가깝다

어쩌면 <날찾아>는 로맨스물로서의 매력보다는 인간 관계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휴먼드라마'에 더 가까웠다고 해야할 듯 하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사건을 배제하고 <날찾아>의 내러티브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결국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이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에 관한 고찰이다.

등장인물들은 '용기가 부족하거나' 혹은 '타이밍을 놓쳐서' 상대에게 진심을 전하지 못하고 후회하게 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진다. 사랑을 고백할 때도, 알리지 못한 진실을 드러낼 때도, 혹은 잘못을 사과할 때도 마찬가지다. 극중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답답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 모두가 현실에서도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이기도 하다.

막상 고백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 한마디를 제대로 꺼내기가 힘들어 오랜 시간을 돌아가게 되기도 한다.

'진심은 표현해야만 알 수 있다'
'사람으로 인하여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통하여 치유되어야 한다'

모두 알고 있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쉽지 않은 관계의 본질에 대하여 답을 찾기 위하여 <날찾아>의 등장인물들은 그토록 오랜 시간을 방황해야했던 것이다.

엄청나게 달콤하거나 화끈한 명장면은 없었어도, 가끔씩 조용한 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시간이면 <날찾아>의 북현리가 한번쯤 생각날 것 같다.
  • tory_1 2020.04.22 20:04
    기사에 백 번 공감. 원작에 있던 메인 좋은 대사 에피도 다 날린 건 아쉬운데 따뜻한 드라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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