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1. 백만 번의 키스보다


“말해봐. 나를 대신할 남자 따위는 없다고. 어서 말해.”


영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뿐이야.”
“나쁘지 않지만 정답은 아닌데.”


영후는 결국 한숨처럼 그가 원하는 답을 토해내고 말았다.


“당신을, 대신할 사람은… 없어.”


안드레아스가 빙긋 웃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그런데 나보다 다른 남자가 먼저라고 말하다니.
이 죄 많은 몸을 어떻게 해줄까?”


(중략)


“내가 너에게 미쳐 있다고 해도 너무 자신하지는 마.”
“자신하는 게 아니라 당신을 믿는 거야.”
“그러니까.”


안드레아스는 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믿지 말라고, 나를.”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홀린 게 분명했다.
나는 현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어?’ 멈칫하는 녀석의 입가에서 밥풀을 떼어내,
배고픈 걸인처럼 그것을 선뜻 내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아.”


그리고 문득 옆쪽에서 무람없이 꺽, 하고 요란스레 트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끈 달아오르는 얼굴을 손등으로 가린 채 고개를 들어보자,
무진이 지옥 불구덩이 같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죄다 뽑히는 기분이 들었다.


  “재미 좋아?”


안쪽으로 들어온 무진이 등 뒤로 문을 닫으며 빈정거리는 투로 물었다.

 

  “너야말로 구질구질하게 사람 괴롭히면서 재미 좋아?
   이런 거 네 방식 아니… 아!”


그러나 말을 모두 잇지 못하고 그에게 어깨가 떠밀려
차가운 타일 벽에 납작하게 붙여져야 했다.


(중략)


  “내가 그냥, 너 한번 봐준다고 하면. 그러면.”


자신의 어깨를 떠미는 내 손목을 도로 낚아채 움켜쥔 채
무진이 내 말을 뭉텅 잘라내며 급한 투로 물었다.


  “누가… 누굴 봐줘?”
  “…예전 일 포함해서, 그 후로 네가 어떻게 굴러먹었든, 내가 너 그냥 한번 봐주-”
  “비켜, 개자식아. 난 지금 충분히 재미 좋으니까.”


온 힘으로 그의 어깨를 떠밀어버렸다.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던 무진은 털썩 맞은편 벽으로 등을 부딪친 채 나를 노려보았다.


(중략)


그리고 갑자기 침대맡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선
도시락으로 불쑥 손을 뻗어 마지막 남은 김밥 하나를 집어 냉큼 입 안에 넣곤,

몇 번 우걱우걱 씹다가 돌연 내 멱살을 와락 붙들어 잡아왔다.


  “씨발 새끼, 이거 네가 만든 거 맞아.”
  “아…!”


무진은 곧 울음을 터뜨리려는 갓난애처럼 잔뜩 찡그린 얼굴로 단정적으로 말했다.
‘씨발 내가, 분해서 말이야.’ 하고 또 과격하게 입을 맞춰올 것 같았지만,
그는 틀어쥔 내 멱살을 그대로 와락 풀어낼 뿐이었다.
그리고 넓은 보폭으로 발길을 돌려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3. 가장 보통의 연애


  “…뭐하냐, 여기서?”
  “어, 언제 왔어?”
  “문자는 답도 없고, 사무실로 전화했더니 아무도 안 받길래 퇴근한 것 같아서.”


분명 차분한 목소리로 나랑 말을 하고 있는데 시선은 내내 최 실장을 주시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내가 손을 내주고 내 손을 주물거리던 사람이어서인지 원우는 더 경계를 하고 있었다.
손목을 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서 이제는 문에 낀 손가락보다 손목이 더 아팠다.


  “야, 힘 좀 풀어봐….”
  “…누구?”
  “우리 거래처 클라….”
  “아, 최훈입니다.”


바짝 붙어 있던 탓에 나는 원우가 뿌드득 이를 가는 걸 고스란히 들었다.

등에 소름이 돋았다.


(중략)


  “전 그럼 가보겠습니다. 병원 꼭 가 봐요. 다음 주 기획 회의 자료는….”
  “알아서 보낼 테니까 가세요.”
  “네, 그럼 다음 주에 봐요. 친구 분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은율 씨도요.”


저 씨발놈 일부러 그런 게 분명하다.
한 번 개새끼는 영원한 개새끼인데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지금 차원우는 꼭 맹수 같았다.
사냥감을 덮치기 직전에 조용히 발소리를 죽이는 맹수.
그리고 사냥에 실패하고 사냥감이 도망가고 나면 화풀이 대상은...


(중략)


내비게이션을 끄려던 손을 내려놓고 얌전히 앉았다.
원우는 꽉 막힌 도로를 노려보며 분노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차선을 하도 바꿔서 속이 다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기어이 다른 차선의 빈틈을 억지로 파고들다가
급정거를 하자 뒤에 있던 차가 클랙슨을 울렸다.
아저씨 정말 죄송해요 죄송하니까 제발 우리 원우 건드리지 마세요….


“야, 운전 똑바로 못….”
“뭐 이 개새끼야!”


개새끼는 시작일 뿐이었다.
옆으로 치고 들어와서 욕을 하려던 아저씨가 간만에 입이 트여

현란하게 쌍욕을 난사하는 원우를 보며 입을 벌린 채로 대꾸도 못 한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4. 힐러


차이석은 그대로 멈춰 섰다.
그는 이 상황을 파악하듯 한성재와 야바를 번갈아 보았다.
차가운 관찰자의 시선이 칼날 같이 떨어져 나갔다.
한성재는 야바의 멱살을 쥔 손을 내렸다.


“뭐야.”


이 공기처럼 싸한 목소리였다.
한성재는 격앙된 호흡을 고르고 어깨를 으쓱했다.


  “쟤 진짜 벙어리냐? 불쌍하긴 하지만 되도록 장애인은 쓰지 마라.
  이런 일이 생겨도 마음 약해져서 뭐라 하지도 못하고….
  고용인 사촌한테 꺼지라고 하질 않나,
  내가 괜찮은 도우미 물색할 테니 얘 당장 잘라 버려!”
  “내 사촌한테 그랬단 말이군.”


 차이석은 ‘사촌’이란 단어에 무게를 실었다.
그리고 와인 바에 손을 짚고 상체를 구부렸다.


  “그럼 꺼져야지.”


그는 손가락으로 사촌의 명치를 겨냥했다.
차이석은 굳은 사촌의 면상을 주시한 채 야바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자기 영역에 누가 들어오는 걸 못 참는 녀석이거든.
  네가 뭐라고 해도 이 녀석 눈에는 세균 덩어리 이상도 이하도 아닐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고.”


 (중략)


   나는 네 친구들한테 친절할 자신 없어.
  “친절하기만 해 봐. 어떻게 되는지.”


예상 밖의 대답에 되레 멍해졌다.


  “집에 함부로 사람 들이지 마.”
   내가 들인 거 아니야. 걔가 멋대로 들어온 거야.
  “지문 등록도 안 된 사람이 들어왔다는 건 안에서 열어 줬다는 거지.”
  너도 네 비서 여기 들이잖아. 너는 하면서 나는 왜 못해?
  “앞으로 장 비서도 못 오게 하지.”
  “…….”


차이석은 단칼에 말했다.
분명 그는 화가 나 보이는데도 야바는 그의 약속에 비로소 안정되었다.






5. 가면의 연인


  “오메가 한 명은커녕 알파가 세 명에 그중 하나는 전 애인이고.”
  “아, 아니에요. 다른 애들은 어쩌다가…
   그, 그리고 그 사람은 자기가 멋대로 찾아온 거예요.
   부른 것도 아니고….”
  “근데 오늘 시우 씨 왜 그렇게 조용했어요?
   원래 친구들 사이에선 그렇게 말이 없나?
   나한테는 따박따박 하고 싶은 말 다 하더니.”


(중략)


  “셔츠 단추 풀어요.”


시우가 그의 셔츠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무경은 웃으면서 그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나 말고. 시우 씨 거.”


(중략)


  “음… 아침 일로 심술부린 것도 맞긴 한데.”


갑자기 입을 다물고 있던 무경이 중얼거렸다.


  “알파들 잔뜩 있는데 나간 것도 좀 짜증났고….”
  “…….”
  “뭐랄까, 페로몬에 취한 것 같은 시우 씨 모습 보니까 좀… 열 받는다고 해야 하나…
   평소에는 나랑 할 때 그렇게 좋아하는 거 같지 않았는데.”
  “……?”
  “언젠가는 시우 씨가 페로몬 없이도 나한테 발정했으면 좋겠어.”







6. 스윗스팟


화면에 표시되는 발신인은 동세은이었다.
힐금 원우의 휴대폰을 넘겨다보던 윤건영이 팔짱을 낀 채 명령했다.


 “받지 마.”
 “뭐?”
 “끊으라고.”
 “아까도 왔는데 못 받았어. 급한 일일지도 모르잖아.”
 “더 급한 일 만들어줘?”
 “아까부터 무슨 개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윤건영이 뚜벅뚜벅 거리를 좁혀왔다.
무심코 물러서려다보니 테이블에 엉덩이가 닿았다.
윤건영은 덜컥 펀즈의 코를 붙들었다.
어떻게 대처해볼 새도 없이 탈이 훌러덩 들춰진다.
갑갑하던 시야가 불시에 트였다.


 “……!”


그 직후, 윤건영의 입술이 헤벌어진 원우의 입술과 맞물렸다.
샤워를 마치고 왔는지 피부가 시원했다.
특유의 스킨 냄새도 담뿍 몰려들었다.
부드럽게 엉겨 있던 입술 새로 윤건영의 혀가 파고들었다.
다소 거칠고 급작스럽던 입맞춤에 비해 포근하게 느껴지는 키스였다.
하여간 이럴 때만 다정하고 지랄이다.

쪽 가벼운 입맞춤을 끝으로 윤건영의 입술이 떨어졌다.
얼굴은 아직 가까이에 놓여 있었다.
불만 가득한 원우의 얼굴을 빤히 보던 그가, 대뜸 볼을 깨물었다.
한 대 맞은 것 같은 표정으로 보자,
그때까지 붙잡고 있던 펀즈의 코를 불시에 툭 놓아 버린다.
원우의 얼굴 위로 도로 탈이 씌워졌다.


 “끝나고 주차장에서 기다릴 테니까.”


윤건영은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휴게실을 나갔다.







7.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공식적으로 말하는 건데 질투하고 있어.
그러니 말해봐. 케이 린버그와 좋은 사이였어?」


바실리의 목소리가 낮았다.


「……그, 좋은 사이라는 건……?」
「사귀진 않았고, 섹스는 했군?」


귀신이다. 여러분, 여기에 귀신이 있어요.


「자아, 그래서. 다시 만난 거야?」


(중략)


「내가 지금 가장 불쾌한 게 뭔지 알아?」
「제, 제가 케이와 잔 거요?」


바실리의 얼굴이 단숨에 흉흉해졌다.
아까까지는 그래도 아닌 척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런 위장 따위는 필요 없다는 얼굴이다.


「그것도 짜증 나.」


그것도 아니면 없는데?
은한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바실리가 으르렁거렸다.


「널 엿 먹이는 새끼들을, 네가 보호하려고 하는 거.」


생각보다 입이 먼저 움직였다.


「절, 좋아하시기라도……?」


그 순간 바실리의 금욕적인 얼굴이 연쇄 살인범의 것처럼 흉악해졌고,
은한은 죄송하다고 입을 열려 했다.


(중략)


「내가 되묻지. 너는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거 같아, 아닌 거 같아?」


대답을 잘못하면 죽는다고 바실리의 얼굴에 쓰여 있었다.
은한이 어색하게 입술을 올렸다.
은한이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자, 바실리가 코웃음을 쳤다.

 

「다른 새끼에게도 이걸 마시게 하면, 그 새끼 좆을 회쳐주겠어.
 넌 그걸 먹어야 할 거야. 농담 아니야.」


예, 농담이 아닌 건 저도 알아요.


「그리고 정확하게 말해주겠는데. 좋아해.」







8. 첨밀밀


  “너 그 새끼한테 쪼가리 씹히고 왔냐?”


성범의 손가락이 목에 닿았다. 진만은 숨을 삼키며 흠칫 몸을 떨었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자신이 이정혁에게 목을 빨린 것은 사실이었기에 덜컥 말문이 막혔다.


  “씨발, 니가 어지간히 쉬웠나 보다?”


미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던 진만이 성범의 말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야, 임성범. 너 또 말이라고 그렇게…….”
  “나 좋다고 질질 짜던 놈이 그새 다른 놈 앞에서도 쪼개고 다녔냐?”


(중략)


몸도 아프고 터진 입술도 쓰린데 속에선 화가 치솟았다.
왜 자신은 저런 녀석을 좋아하는 걸까.


  “씨발, 진짜…….”


그리고 그 때, 몇 발자국 길을 내려가던 성범이 욕설과 함께 발을 멈추더니 다시 진만을 향해 뒤돌아섰다.
진만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성범이 저를 노려보며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뭐…….”


무슨 일이냐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바짝 다가온 성범이 진만의 어깨를 거칠게 잡고 담벼락으로 밀어붙였다.
채 무슨 일인지 깨닫기도 전에 성범은 얼굴을 내려 진만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축축하고 따뜻한 무언가가 거칠게 목을 빨아 올렸다.
진만은 흠칫 놀라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성범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고, 더욱 세게 어깨를 짓눌렀다.


  “야, 임성범…….”


잠시 몸을 물리는가 싶던 성범이 이번에는 진만의 입술에 제 입술을 부딪쳐 왔다.
놀라 숨을 삼키던 입안으로 성범의 말캉한 혀가 밀려 들어왔다.
성범이 피우던 담배 향이 진만의 숨과 섞여 입안을 헤집었다.
호흡이 가빠 왔다. 손으로 입술을 감쌌다.
성범은 여전히 화가 난 채로 등을 보이며 멀어지고 있었다.
아득한 시선으로 그를 지켜보던 진만이 주춤 하며 발을 물렸다.
툭. 무언가가 발치에 걸렸다. 고개를 내려 발밑을 살폈다.
성범이 던진 약봉지가 누구 것인지 모를 신발에 짓밟혀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9. 체인드


테르스가 입술로 내 목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자주 웃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그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 순간 테르스가 입을 벌려 마치 사냥감을 잡아 물듯 내 목을 가볍게 물었다.
희미한 고통과 동시에 정사를 연상시키는 그 행위에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앗….”
  “언제가 되야 얌전히 제 부탁을 들어 주실 겁니까?”
  “부탁이라니… 거기다 내가 언제 웃었… 아.”


그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기억에 나는 말을 멈췄다.


  “아까 그 화살, 역시 실수가 아니었죠?”


내 확신에 찬 질문에 테르스는 대답 대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긴 눈꼬리가 아래로 살짝 내려가며 눈웃음이 걸렸다.
이 남자가 그런 유치한 질투라니….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애도 아니고 그게 뭐예요?”
  “글쎄요.”


그가 나직하게 대답했다.


  “당신도 그 여자를 카나리아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습니까?”
  “그건…!”


(중략)


한참을 격렬하게 입 맞춘 끝에 그가 입술을 떼어 내며 속삭였다.


  “당신이 정말로 그 카나리아를 요리해서 식탁 위에 올렸어도 좋았을 텐데요.”


숨이 모자라서 그의 말이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랬으면 저도 일부러 화살을 빗나가게 쏘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텐데.”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묻기도 전에 그가 다시 내 입술을 빼앗았다.






10. 소실점

 
  “동료 배우로 친해지지 않으면. 무엇으로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전무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애초에 내가 짜증나는 일 없게 굴어야죠. 그래야 착하지.”
  “……하지만 작품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계속 붙는 씬이 있고, 저도 이 업계에서 사는 사람인데
   대놓고 무시하거나 쌀쌀맞게 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럼 계속 그 친구랑 이렇게 사적으로 연락할 거라는 뜻입니까?”


‘어…….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질투하십니까?”


이준은 손을 뻗어 최 전무의 얼굴을 쥐었다.
그의 얼굴을 직접 손으로 만져 보기는 처음이었다.


  “제가 전무님을 얼마큼 좋아하는지 다 아시면서,
   제 생활이 다 망가졌다는 걸 아시는데도 그러시는 거면... 질투하시는 거잖아요.”


최전무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맞는 것 같네요.”


그리고 오랜 시간 끝에 그가 대답했다.
그리고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속 그와 눈을 맞추고 있었기에, 이준은 시선을 위로 올렸다.
최 전무는 이준의 뺨을 쥐고 고개를 가까이 맞대었다.
입이라도 맞출 것처럼 다가와서는 입술이 닿기 전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마치 효후하듯 말했다.


  “그러니까 흘리지 말고 똑바로 하고 다녀.”







11. 토요일의 주인님


  “그리고.”


내 숙여진 정수리를 보던 그가 덧붙였다.

가볍게 이를 악문 듯한 목소리였다.


  “나중에 말 꺼내려 했는데, 지금 말 나온 김에 말하겠습니다.

   부서에 있을 때는 내 시선 신경 쓰고 처신하세요.

   내가 보는 앞에서 김 대리가 이서단 씨 주물럭거리는 걸

   볼 때마다 부서고 뭐고 날려 버리고 싶어지니까.”

  “...대리님은 그런 의미로.......”

  “머리 쓰다듬고 귀에 대고 속닥거리고 하는 꼴이 두 주 내내 내 자리에서 뻔히 보였는데,

   지금 이서단 씨는 내 앞에서 다른 사람 편을 드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아니더라도 하지 마세요. 내 눈에 띄기 전에 이서단 씨 선에서 끊어냈어야 하는 문젭니다.”


올려다본 얼굴은 진심으로 짜증이 난 것처럼 보여서,

나는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듯 웃을 뻔했다.

사수가 들었다면 어지간히 황당해했을 것이다.


  “웃어?”


그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날카로운 눈매가 가늘어져 있었다.


  “내가 이서단 씨 상사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내가 마음 내키면 이서단 씨 책상은 자료실에 따로 둬서 격리 시키거나,

   내 옆으로 따로 자리 만들어서 옮겨 놓을 수 있습니다.”






12. 외사랑


윤희겸은 화가 난 상태였다.

아까 사무실에서 여자가 누구인지를 기억해낸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화가 나고 서운해서 미칠 것 같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 바닥에 깔린 감정은 불안감.

그리고 질투였다.

제 감정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 윤희겸은 참을 수가 없었다.

정재한이 들어간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갔다.

커튼을 걷어 놓은 창가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정재한이 그를 돌아본다.

놀란 눈이 윤희겸을 향했다.


  “정재한.”


윤희겸이 정재한의 팔을 잡아당겼다.


  “놔.”


그런데 정재한이 거부한다.

윤희겸의 머릿속에서 순간 불똥이 확 튀었다.


  “정재한...!”


부르는 소리가 절박했지만 정재한은 기어코 제 팔을 잡은 윤희겸의 손을 떨어냈다.

하지만 윤희겸은 재차 그의 양쪽 팔을 붙잡는다.

벗어나려 힘을 주는 팔을 옥죄어 잡고 이번에는 놓지 않았다.


  “믿어.”

  “......씨발, 놔.”

  “믿고 싶어.”


믿고 싶다는 말은 윤희겸의 진심이었다.

그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다른 사람을 곁에 두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니까 믿게 해줘.”














구노정에 올렸던거 몇개 추가해서 다시 올려.

공오빠들이 질투로 빡지면 우리는 모다?? 개이득이다!!



  • tory_4ca231 2017.12.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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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4fb0c 2017.12.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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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2017.12.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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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ae8982 2017.12.0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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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ee124 2017.12.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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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73fada 2017.12.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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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73ec78 2017.12.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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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058aaa 2017.12.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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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e686a 2017.12.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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