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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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편 후기


나톨은 가난한 가정 출신톨인데 난 첨에 이거 보고 우울해질까봐(우울증 벗어난 지 1년됨) 몇달 안 보다가 뒤늦게 봤거든


근데 걱정이 정말 쓸모없게도 전혀 안 우울하고 재밌었어! 아마 영화 보고나서 우울해지면 어쩌지 하고 오랫동안 걱정하면서 미리 마음에 쿠션을 두둑히 마련한 채로 봐서 그럴 수도 있어.


호불호 갈리는 봉준호의 그 가난에 대한,, 관찰에 의한 디테일 묘사는 반지하나 옥탑방은 커녕 자취 한 번 안 해본 장기하가 노란장판에 발바닥 쩍쩍 달라붙는 자취방 묘사하는 것에서도 볼 수있는 것처럼 순간순간의 느낌을 캐치해서 묘사를 잘 하는 하나의 예술적 재능이라고 생각함.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왜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었나 잘 모르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단은 내가 거의 10년만에 우울증을 벗어나고 상황은 같아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탓이 크고.. 가난을 경험한 사람이 자기 경험을 감정 실어서 진하게 풀어냈으면 진짜 공감돼서, 몰입돼서 우울감에 빠졌을 것 같은데 봉감독은 약간의 해학을 가미하고 제3자의 입장에 서서 그냥 관찰에 의한 묘사를 해서 나도 따라서 감정에 매몰되지 않았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함. 난 작품을 비판적으로 못 보는 성격이라 작가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편이거든. 그래서 주인공에 엄청 이입하는데 이번에는 유달리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음.. 애초에 봉감독 의도가 그런 걸 수도 있고?


그리고 연장된 이야기이지만 디테일이 살아있긴 하지만 지극히 가상의 이야기라는 걸 작품 스스로 티내고 있음. 아,, 나는 내가 우울해지지 않은 게 이 탓이 큰 것 같아. 무슨 소리냐면... 이거 진짜 있었던 이야기인가? 자전적 이야기인가? 아 어딘가에선 이렇게 사는 사람들 진짜 있을 것 같다..싶은 스토리가 아니고 부분 부분 조각조각을 보면 사실적인 디테일이 쩌는데 작품 전체를 보면,, 영상미라든지 이야기 기승전결 구조 등장인물 캐릭터 배치 누가 죽느냐까지 치밀하게 감독의 의도하에 짜인 가상의 이야기인 게 보이거든. 실화 재현이 아니고 하나의 정교하게 잘 만든 영화라는 예술적 구조물이란 게 확 느껴지니까 진짜 현실이야기를 접했을 때의 무력감 찝찝함이 느껴지는 게 아니고 작품의 예술성과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사회적 함의에만 이성적으로 딱 신경쓸 수 있게 됨. 무슨 느낌인지 잘 설명이 안 되네ㅠ 토정에서 본 다른 톨들 평가 중에 이게 가난한 계급과 부자계급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맞지만 가난의 심리에 대해 그렇게 깊이 천착하고 파고들지는 않았다는 얘기가 이 얘기랑 상통하는 것 같음. 가난한 사람들의 심리 절망감 우울감 이를 통한 공감 이런 걸 보여주는 게 목표가 아니고 가난한쪽과 부유한쪽을 서로 대립시키는 철골 구조, 뼈대를 세웠는데 그것만 덩그러니 있으면 안되니까 그사이사이 사실적 디테일을 채워넣는 느낌? 그 디테일은 냄새이야기일 수도 있고, 철거촌인가 재개발 쓰레기장에서 주워왔다는 가난한 가정의 주택 구조물일 수도 있고..


또 생각해보면 가족들끼리 너무 사이가 좋고 화합이 잘 돼서. 그리고 가난한 가족이어도 유쾌하게 그려줘서. 난 우리 아빠가 다단계 주식 같은 거 안 건들고 우리집은 가난한데 현실 인식 못하고 대기업 총수 감옥들어가서 나라망한다는 걱정이나 있는 사람들 걱정만 하고 있고 맨날 엄마 때리고 그러지 않고 기택처럼 좀 무능하지만 가족끼리 화합되게 살았어도 이렇게 우울증 안 왔을 것 같거든.. 사실 충숙 말대로 돈이 다리미라고 가난한 집의 불화는 돈이 원인이 되긴 하지. 그래서 기택네 집은 되게 이상적인 편이야 돈이 불화의 씨앗이 돼서 크게 싸우질 않잖아.. 가난해도 화목한 집에서 부모님께 감사하게도 바르게 컸다는 사람들 보면 신기했는데 저런 집에서 자랐겠지? 물론 ㅠㅠㅋㅋ 학력위조 같은 건 말구..


졸업증명서 위조하는 거나 그런 거 보면서 난 헐 불법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ㄷㄷ 보다 실행력 쩐다 ㄷㄷ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어. 보는 사람들도 다들 유쾌하게 그렇게 생각할 거라 생각해서 이게 가난한 쪽을 부정적으로 그렸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하지만 그렇게 보고 비판하는 감상을 보고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여튼 나는 실제 현실의 인물이 저정도 임기응변과 행동력 가지면 뭐든 잘 벌어먹고 살거라고 생각함...


여튼 나는 봉준호가 가난 포르노를 찍은 건 확실히 아니라고 생각해서 긍적적으로 봤는데 기분 나빴다는 여러 감상도 많이 봐서 다시 생각해보려고. 내가 말한 디테일은 쩔고 전체적으로는 현실이 아니고 확실히 '영화'라는 작품 구조물이구나 보이게 만들어서 우울해지지 않고 괜찮았다는 것도,, 다른 톨들이 가난한 사람들 생활이나 집??같은 거 찍어서 사진전? 같은 거 하면서 예술하는 거 그 집 찍힌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쾌하겠냐는 얘기 보고서 다시 반성했거든.


여튼 나도 통역사분 통역 너무 찰져서 영상 하나씩 다 보다가 봉준호 감독이 자기전에 한번 찝찝해서 생각나는? 그런 영화 만들고 싶었다는 인터뷰대로 된 것 같아서 신기하고 부러움.


감정에 매몰돼서 전체를 못본 적이 많아서. 약간 감정이입 배제하고 스릴러 코믹 장르처럼 재밌게 그리다가 확 뒤집에서 사람들이 한쪽에 빠지지 않고 이성적으로 계급구조나 작품이 의도하는 사회인식 개념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든 게 좋은 것 같아. 어떤 계급이나 다 볼 수 있고 토론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약간의 가벼움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지극히 사고보다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이라 이렇게 감정에 빠지지 않고 볼 수 있게 만든게 오히려 호요소였어!

  • tory_1 2020.02.10 05:30
    와 토리 리뷰 너무 잘 썼다.
    나도 흙 오브 흙수저인데 사실 기생충은 보면서 가난에 살짝 우울해지기는 했어도 그걸 영화탓을 할 어떤 요소도 없더라고. 왜냐하면 톨 말대로 너무나 잘 만든 가상의 스토리라는 게 보이니까. 거의 빈곤층이던 내가 이걸 보고도 영화가 묘사하는 가난에 화가 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는 걸 토리 글을 보고 깨달았어!!
  • tory_2 2020.02.10 09:10

    나도 비슷한 느낌 받았었어

    기생충이 배경 디테일이나 인물 하나하나의 성격같은 디테일은 굉장히 현실적인데 그러한 디테일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스토리는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더라고 의도적으로 과장하기도 하고 급전개되거나 다소 환상적인 요소들이 감독의 의도대로 배열된 느낌으로

    그래서 영화에서 표현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이 처한 상황이나 현실 배경은 각 층을 대표하지만 그러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스토리랑 결말은 특정 계층을 대변한다기보다는 계급이 고착화된 현재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느낌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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