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어두컴컴한  안에서 핸드폰 불빛만이 침대에 사람이 누워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취미인 웹소설 보기에 몰두하던 중인 재민은 저번달에 구매했던 책들을  읽은 것을 깨닫고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이북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인내의 미학, 그럴싸한 타이포그래피와 금박 테두리로 신경을  듯한 디자인에 평소 선호하던 출판사가 발행한 신작임을 확인한 그녀는 망설임 없이 클릭해 창을 띄웠다.

 

폭군, 다정남, 집착남, 회귀, 헌신녀, 능력녀, 피폐물, 감금물

저에게  그러셔야 했나요? …, 폐하를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재민의 이마가 순식간에 구겨졌다.   폭군이야. 그녀는 요새 지나치게 유행하는 폭군 회귀 로맨스물에 질려 있었다. 보나마나  능력 있는 여주가 남주한테 코가 꿰어 헌신하면서 재능낭비하며 착취당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래도 직장에서 진하게 찍고 있는데  피폐물을 읽어 정신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하나 크게 흥했다 싶으면 금세  비슷한 아류작으로 도배되는 장르소설판이 슬프기도 했다.  사람들도 돈을 벌어야 하니 그럴 것이라며 머리로는 납득을 해도 마음속으로는 씁쓸한 것을 어쩌랴. 나름  흥행의 시작이 되었던 소설은 재밌게 읽었던지라 크게 탓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조용히 뒤로가기를 눌러 창에서 빠져나왔다. 핸드폰 화면을 다시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2 , 지금  자면 내일 회사에서 하루종일 병든 닭마냥 골골대며 있을 것을 알았기에 핸드폰을 충전기에 연결하고 잠을 청했다.

 

 

날카로운 바늘침이 머릿속을 쑤시는 느낌이다. 재민은 익숙하지 않은 향기를 맡으며 눈을 떴다.

 

[ 인내의 미학은 플레이어를 환영합니다. ]

 

오퍼시티 70% 검은색 배경에 고딕체 글씨가 선명하게 빛났다.  개소리야? 그녀는 순간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막지 못하고 욱신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3시간 동안 소주 4병을 마셨던 다음  찾아왔던 숙취와 비슷한 메슥거림이  위까지 차올라 근처에 있는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하며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손에 닿는 나무 껍질을 더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근처에 나무가 있을만한 가장 가까운 곳은 편의점  놀이터였다. 전날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필름이 끊겨 홀로 놀이터에 나와 널부러져 있었을 이유가 없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점차 두통이 가셔 정신을 차린 재민이 주변을 둘러보니 난생 처음 보는 건물 뒤편에 위치한 공터 구석에 위치한 숲에 그녀가  있었다. 검은색 창은 제가 고개를 돌리면 시선을 따라 쫓아왔다. AI 기능이라도 탑재되어 있는지  창은 용케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는  눈치챈  다음 문구를 띄웠다.

 

[ 플레이어는 진엔딩을 달성할 , 소정의 보상과 함께 원래 세계로 돌아갈  있습니다. ]

 

재민은 소정의 보상이란 말에 눈을 빛냈다. 장르소설판에 뛰어든  어언 14,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짐작할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하나의 키워드인 소설  트립이다. 꿈꾸던 18 시절에 차원이동을 얼마나 바랐던가. 허황된 상상인 것을 알면서도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18, 19  차원의 문이 열려 차원이동을 했으므로 저도  시기가 지나기   번이라도 그런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게다가 조건만 만족한다면 집에 다시 돌려 보내준다니! 누가 저를 이리로 보냈는지는 몰라도 양심이 죽지 않았다면  상태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설마 29살에 이렇게  줄은 몰랐지만 무슨 게임 판타지도 아니고 로맨스판타지 소설에서 진엔딩 맞이하기가 그렇게 어려울  같지는 않았다. 다만  가지, 키워드만 봤던 책에 들어온  걱정되긴 했다. 소개글에 특별한 주의사항은 없었고 리뷰를 봐도 평범한 로판 같았는데…. 그녀는 다소 긴장한 상태로 검은 창을 계속 응시했다.

 

[ 플레이어의  상태는 지나가던 학생 1이며 소설의 진행 상태는 도입부를 지난 중반부입니다. 여자 주인공 블레어와 남자 주인공 카인은 서로에게 약간의 호감이 있는 상태입니다. ]

 

이거  떠먹여주는 느낌인데? 이미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다니 결말까지 가는  그리 어려울  같진 않았다. 적당히 판타지 세계를 즐기면서 놀아도   같았다. 이런 기회가  언제 오겠는가! 그녀는 거울로  만한 것이 없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보통 다른 차원으로 가면 몸도 바꿔주던데, 언뜻 내려다본 손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하도 펜을 잡아 약간 눌린 가운데손가락의 굳은살은 틀림없는  몸이었다. 검은 창이라도 붙잡고  얼굴을 비춰보려던  갑자기 새로운 글자가 떴다.

 

[ 다음은 플레이어의 기본 정보입니다.

 

  1. 이름 : 김재민

  2. 출신 : 서대륙

  3. 성적 : 중상

  4. 평판 : 무난하게 성격 좋은 학생 1

  5. 기타 : 기숙사 506, 2인실, 현재 혼자 사용, 마법학부

  6. 특이 사항 : 서대륙과 동대륙의 화합을 위한 유학생

 

* 정보는 갱신될  있습니다. ]

 

다른 것들보다 먼저 마법학부라는 문자가 눈에 띄었다. 마법이라니, 해리 포터를 읽은 후로  동경해왔던 것이 마법 아니겠는가! 재민은 연속으로 저를 찾아온 행운에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아직은  몸의 변화를 느낄  없었지만 그거야 배우면  일이었다. 폭군이 키워드인 로판이니만큼 전형적인 서양풍 중세시대 궁정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흘러가는 모양을 보고 있자니 아카데미물이 섞인 로판인  같았다. 기본 정보는 주어졌다 해도 아는 것이 너무 없어 답답했다. 소개글이나 리뷰를   자세히 읽어둘  그랬다.

 

그런데 여주인공이나 남주인공은 어떻게 알아보지? 다른 것은 차치하고 제일  문제가 있었다. 인내의 미학은 일러스트 표지가 아닌 디자인 표지 책이라 재민은 등장인물의 생김새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상태였다. 고민할 새도 없이 검은색 창은  빛나며 새로운 문자를 띄웠다.

 

[ 소정의 보상은 김재민 님의 통장으로 입금되며, 금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10,000,000,000, 국민 383729-93-282393 ]

 

, , , , , … ,  . 재민이 조용히 손을 들어  볼을 꼬집었다. 꼬집힌 자리에서 열이 오르며 고통이 느껴졌으니 필시 꿈은 아니었다. 이건 로또 당첨보다 더한 횡재였다. 재민은  번도 믿어본  없던 신에게 감사를 고했다. 존나 열심히 할게요.
  • tory_1 2018.09.11 16:25

    토리.. 선생님... 제가 한 문단도 놓치지 않고... 술술 읽었거든요... 다음편이.. 시급합니다...

  • tory_2 2018.09.12 00:09

    헐 재밌어.. 나두 다음편 보고싶다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3 2018.09.14 03:38
    다음편...다음편은 어떻게 해야 볼수있지... 토리 당신 당장 납치해야겠어...
  • tory_3 2018.09.14 03:39
    그 사실 1편만 쓰고 다음편 언제쓸지 공지 안하면 무슨무슨법으로 잡혀가고 디토에서도 강등이랫거든 찐톨아;; 빨리 다음편 써야될거같아;;
  • tory_4 2018.09.19 09:31

    넘나 재밌다고ㅠㅜㅜㅜㅜㅜ 넘나 재밌다고!!!!!!!!!!!!!!!!!!!!!!!!!!

  • tory_5 2018.09.26 08:32
    다음편ㅠㅠ다음편을주세요!!
  • tory_6 2020.03.30 14:42

    다음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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