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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도랑들 사이, 도시의 지저분한 생활쓰레기들이 쏟아지는 곳에 소년은 살고 있었다. 이곳은 제국의 빈민가 중에서도 가장 질이 나쁜 곳. 부모도 이름도 없는 아이들이 사는 곳. 그 중에서 그는 버려진 동상의 오른손 밑에 살아 다만 ‘오른손’이라 불렸다. 본인은 그 이름을 질색했지만 이름을 지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니 별 수 없었다.
“어이! 오늘 같이 밤손님 안 갈 거냐? 누가 좋은 집을 봐뒀대.”
그때 동상 발밑에서 빨간 두건을 머리에 맨 꼬질꼬질한 소년 하나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두 눈이 반짝이는 게, 정말 좋은 곳을 발견한 모양이다. 제국을 지배하는 건 마법을 쓸 수 있는 귀족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세계에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파문당한 불법 마술사들과 전문 도적들, 정보꾼들로 가득한 뒷골목에서는 항상 마법에 대한 새로운 파훼법이 나왔다. 매번 그에 맞춰 마법도 발전하지만 간혹 시대에 뒤처지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저번에는 머리가 반쯤 돌아버린 나이든 늙은이가 제대로 문을 잠그지 않은 덕에 빈민가 꼬마들이 포식을 한 적도 있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오른손은 고개를 저으며 무언가를 손으로 매만지기만 했다. 그것은 쓰레기들 사이로 흘러나온 종잇조각들로, 소년은 그것을 맞춰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각이 비는지 자꾸 종이가 허물어졌다.
“내가 저번에 말하지 않았냐. 시시한 도둑질 따위 다시는 끼지 않을 거라고.”
“너 겁나서 그러지! 겁쟁이! 울보! 떼쟁이!”
“저리 가.”
소년은 두건 쪽은 보지도 않고 근처의 깡통을 던져 정확하게 두건의 머리통을 맞춰버렸다. 하필이면 그것이 이마 중앙에 맞아 혹이 볼록하게 솟았다. 소년이 눈물을 빼며 그를 노려보았다.
“아야야! 이게! 생각해서 말해줬더니 괜히 지랄이야!”
그러건 말건 소년은 두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제 일에 집중했다. 결국 두건을 쓴 소년 쪽은 화가 나서 자기 쪽의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던진 뒤 사라져버렸다. 소년은 그조차 익숙한 듯 고개만 움직여 피할 뿐이었지만.
“음?”
문득 소년은 자신의 뺨 옆으로 종잇조각 하나가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걸 발견했다. 잽싸게 쥐어보니, 마지막 글자가 그곳에 적혀있었다. 비어있던 종이의 흠에 새로 찾아낸 조각이 딱 맞았다. ‘찾았다’ 소년은 입속말로 중얼거리며 웃었다. 소년은 완성한 종이를 손에 쥔 채 신이 나서 자리를 뛰쳐나갔다. 소년의 주먹 안에서 뭉쳐진 종이는 단 한 줄의 문장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삼일 안으로 휴브리스 공작가의 아이가 이름을 잃을 것.」
이름에 힘이 있어서 이름이 대단히 신비하고 중요한 것으로 취급되는 세계관이었어 ㅋㅋ
토리야????
오른손이 휴브리스 공작가 아이 이름 차지하게되는건가?? 뭐야... 궁금하다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