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2시즌 평이 1시즌에 비해서 안 좋은 거 보고 이해 되는 마음 반 안타까운 마음 반 싶어서 개인적 감상 남겨보려고
개인적으로는 나도 몰입도 있게 봤던 1시즌에 비해서 2시즌은 중간중간 화면 멈춰놓고 딴짓 하게 되긴 했음 어색하게 느껴지거나 난감한 부분도 있었고
그렇지만 원작 자체가 워낙 오래 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어린 시절에 해당하는 1편 초판 발행이 1908년이니까 110년 됨!)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한 영상물은 과거에 만들어지기도 했었고
21세기 세계시민적 가치를 추구하는 넷플릭스에서 굳이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는 작품을 만들 이유가 없겠지 아마 저작권 협의도 애초에 그런 식으로 됐을 거고
그런 상황에서, 다시 지금의 소녀들에게 예전 시대 사람들이 빨간머리앤 시리즈를 보고 즐거워했던 그 마음을
시대에 맞춰서, 정치적으로 공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보자 하는 그런 의도가 깔려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작가들의 그런 고민들이 좀 읽히는 것 같더라고 ㅋㅋ 데우스엑스마키나 조세핀 할머니 같은 건 약간 작가진의 워너비?
아 나도 어릴 때 이렇게 모든 걸 이해해주는 부자 친척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그런 마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좀 과도하다는 생각은 나도 했어 ㅋㅋ 어느 정도는 당시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대 사람들의 지금 시각으로 보면 다소 보수적이고 편협해보이는 그런 장면들을 바탕에 깔아놓고 현대적으로 정치적으로 공정한 이야기를 만들려다보니
앤을 비롯한 커스버트 가족, 조세핀 할머니, 콜, 그리고 새로 온 선생님(이름 까먹음) 같은 캐릭터가 반대항으로 너무 튀어나가 있다는 느낌?
고모할머니 이야기를 들은 다이애나의 거부 반응 같은 쿠션 설정도 없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작위적이고
앤 캐릭터가 1시즌에 비해 너무 오락가락한다는 이야기들 있던데 아마 원작의 앤과 지금 작가진이 그리고 싶은 앤 캐릭터 사이의 충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 작품이 성장기 청소년들을 위한 성장 드라마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교훈성과 더불어 동화적인 안전한 전개도 필요했을테니까
다소 의외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콜보다는 오히려 빌리 같은 캐릭터가 그런 점을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 과거에 아니 지금도 시골 마을에서 콜 같은 캐릭터는 놀림감 대상이지 앤도 마찬가지고
그 괴롭힘이 좀 심한 거 아니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한 성장기를 보낸 경우도 많을 거야
빌리가 특별히 나쁜 게 아냐 그냥 그 시대가 그랬던 거지
근데 숲속의 오두막을 신나게 부숴버린 뒤에 다시 그 광경을 보고는 잡으려던 여우를 슬그머니 놓아주게 되잖아
아마 그냥 어쩌다 한번이었을 거야 그 뒤에 다시 털모자가 갖고 싶어지면 결국 그 여우를 사냥할 수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에는 앤이 그토록 애정해 마지않는 여우가
보다 진보적이고 공정하고자 노력하는 캐릭터들의 노력의 우연한 결과로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작가들이 앤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인 것 같아
워낙 사랑받는 오래된 작품을 리메이크 하다보니 1시즌부터 not my ann 해시태그에 시달려온 작품이긴 하지만
그 당시에 남들보다 조금 더 주체적인, 사랑스러운 소녀 캐릭터를 그려왔던 작가가 혹 생존해 있다 한다면 21세기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지금의 리메이크버전을 싫어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뭐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 다양할 거고, 난 앤 시리즈를 아주 오래전에 나왔던 어머니가 가지고 계시던 축약본 전집으로 읽어봤긴 했지만 근 20년 전 일이라(연식 나온다ㅋㅋㅋ)
원작에 대한 애정 차이나 그런 것도 있을 거고 암튼 감상이니까 둥글게 읽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