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쯤 전 일이야.
내가초등학교 저학년때 외삼촌네 갈 일이있어서 우리가족은 셋이서 차를 타고 삼촌집으로 가고있었어.
근데 그날이 금요일이었어서, 아빠가 퇴근하고나서 출발하느라 저녁에 가게 되었지.
지름길로 빨리 가려는 생각에 아빠는 논두렁에 난 길로 들어갔어.
사방에 되게 넓게 밭,논두렁만 있고, 가로등 드문드문있고, 집은 띄엄띄엄 몇개밖에없는?그런곳이었어.
약간 수도권외곽의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것같아.
그렇게 덜컹거리는 길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아빠가 차를 멈추는거야.
난 그냥 뒤에서 다마고치 밥주고 똥치우느라.. 좀 지나서야 우리 차가 멈춘걸 알았는데,
다왔냐고 물어보려고 앞좌석으로 고개를 내밀어보니까
엄마는 표정이 별로 안좋고 아무말을 안하고, 아빠는 차 창문을 내리고 밖에있는 어떤 사람이랑 이야기를 막 하고있는거야.
그 동네에 아는사람이라곤 삼촌밖에없는데, 아직 도착도 못했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랑 이야기를 하고있는게 좀 이상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거야.
그래서 뒷좌석 창문으로 밖을 보니까, 사방이 어두컴컴한데 우리는 오렌지빛 가로등하나만 덜렁있는곳에 차를 멈춘채였고,
밖에서 땡땡이 티셔츠를 입은 할아버지가 아빠랑 이야기를 하고있는거였어.
되게 큰 물방울무니 땡땡이셔츠를 연세지긋한 할아버지가 입고 있어서 좀 이상하다 하고 생각을 했거든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봤어
그건 티셔츠무늬가 아니었더라고
핏자국이었어
그게 피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갑자기 너무 무서운기분이 들어서 나는 좌석 뒤로 숨었어.
그리고 나서 몇분이나 더 아빠는 그 영감님이랑 이야기를 했고, 다시 차가 출발하고나서야 나는 아빠한테 무슨일이었냐고 물어봤지
그 영감님이 갑자기 길에서 튀어나와서 차를 멈춰서 어쩔수없이 섰는데, 되게 느낌이 이상해서 차에서 안내리고 창문만 열고 얘기를 했다는거야.
할아버지 왈, "저 집 안에 지금 칼든 살인마가 사람을 죽이고 있으니 경찰을 부를수있게 휴대폰을 빌려달라" 하는 내용이었대.
아빠는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휴대폰을 빌려주지않고 내가 신고해드리겠다 하고 신고를 대신 해 줬던거고..
그 사건이 어린나에게는 너무 충격이었어
피가 큼지막하게 방울방울 튄 셔츠를 입은 노인이 어두컴컴한 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이야길 들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싶어.
근데 최근에 갑자기 그 사건이 다시 생각나서,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있는 그 할아버지가 입은 셔츠를 떠올려봤는데
보통 칼에 맞은 사람의 옆에 있는 사람의 옷에 땡땡이 무늬로 피가 튀는걸까............?
정면에 있던 사람인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