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안녕 토리들! 난 얼마 안 남은 휴학을 만끽하고 있는 휴학생 토리야.

원래 진짜 쫄보라서 공포방에 얼씬할 생각도 못하는데

요즘 여름이라 간이 땡땡 부었는지 무서운 이야기들이 자꾸 땡기더라고. 물론 보고서 밤에 잠을 못잔다ㅠㅠ

공포방 글들 보다보니까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내 경험이 떠올라서 글을 써봐. 5~6년 전쯤 고등학생 때 얘기야!

 

나는 한 소도시의 외곽지역에 살고 있어.

옆도시와의 경계쪽에 있는 동네인데 어릴 때 갓 이사왔을 때만 해도 정말 아무것도 없는 시골 느낌의 동네였지.

길 가다보면 비닐하우스도 몇 개 보이고 아무 것도 없이 놀고 있는 땅도 많았고...  주택가 위주의 한적한 동네.

 

우리 동네에는 꽤 큰 규모의 공장이 하나 있어. 그래서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여기 다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로 이루어져 있었어. 물론 나도 그렇게 이사 들어오게 된 경우였고.

 

공장에선 1년에 한 번씩 초가을 무렵 축제를 해.

가면 맛있는 것도 많이 팔고 연예인 라인업도 괜찮아서 거의 매년 동네 친구들과 몰려가곤 했었음.

 

그 날도 매년 가던 그 축제 날이었어.

그 해는 유독 친구들이 다들 바빠서 축제에 같이 못 가고 나, 나랑 유치원 때부터 친한 친구 A, 옆 동네 사는 중학교 친구 B 이렇게 셋이 가서 놀았어.

 

축제는 열한시 쯤 끝났고 온갖 주전부리를 배 터지게 먹은 상태였지만 우린 식욕이 한창 넘치는 고등학생들이었고...

그리고 셋이 중학교는 같이 다녔지만 고등학교는 다 갈라져서 엄청 간만에 본 거라 할 얘기가 많았어. 그냥 헤어지긴 좀 아쉬운 상태였지.

그러던 차에 빙수를 먹으러가자는 얘기가 나왔어. 근데 우리 동네는 그때만 해도 카페 하나 없어서 빙수를 먹으려면 다른 곳으로 나가야했어.

 마침 B가 옆 동네에 살고 걔네 집 앞에는 카페가 있으니까 거기까지 셋이 걸어가서 빙수를 먹고 A랑 나랑 둘이 동네까지 걸어서 돌아오면 되겠다 싶었지. 밤인데 B 혼자 걸어가기엔 B가 무섭잖아.. 바래다 주는 김에!

 

참고로 구조가 공장을 사이에 끼고 우리 동네와 옆 동네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야.

옆 동네에서 출발해서 공장 담벼락을 따라 쭉 직진하다보면 공장 정문이 나오고 정문지나서 또 쭉 담벼락.

코너를 한번 돌아서 쭉 담벼락이 있고 역시 얼마쯤 걷다보면 공장 후문이 있어.

후문 지나서 조금 더 가면 우리 동네가 시작돼.

길 건너는 비닐하우스 몇 채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텅텅빈 땅이고 이 길로 가는 게 걸어서 20~30분 정도 거리였어.

말한 것 처럼 중간에 공장외엔 아무것도 없다보니 버스도 잘 안다녀. 그리고 그나마 다니는 것도 12시 넘으면 끊기지.

 

셋이 옆 동네까지 가서 빙수를 사먹고 수다를 떨다보니 카페 닫을 시간이 가까워져왔어.

나와서 얘기를 더 하다가 A와 출발한 시간은 밤 열두시 반 쯤.

왔던 길 그대로 돌아가는데 공장 주변이라 아무것도 없어서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었고 길에는 나랑 친구 둘 밖에 없었어. 차도 거의 안 다녔고.

 

근데 난 좀 겁이 많아서ㅋㅋㅋㅋ 밤도 늦었는데 거길 둘이 걸어가려니까 좀 무서워지기 시작한거야.

기분 탓인지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도 유독 스산한 느낌이었어. 뭐라도 나올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걷다가 뒤돌아보고 걷다가 뒤돌아보고 하기 시작했어. 같이 있는 A는 겁이 별로 없는 친구라 계속 뒤돌아보는 나를 놀리면서 가고 있었고.

 

근데 정문을 지나 공장 담벼락 코너. 이 코너를 돌고 얼마 안 돼서였어.

 

뒤를 돌아봤는데 저 멀리 뒤에서 검은 양복에 넥타이를 맨 남자가 걸어오는거야.

거리가 좀 있어서 얼굴은 잘 안 보였는데 양복을 굉장히 똑바로 차려입고 있었어. 젊은 남자였고 손에는 아무것도 안 들고 있었음.  

 

근데 좀 이상하잖아. 우리가 걸어온 길은 공장 담벼락을 따라 직선인 길이었고 주변엔 아무것도 없어.

그 사람이 우리처럼 옆 동네에서 우리 동네까지 가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몇 번씩 뒤돌아볼 때 진작 보였어야지. 

그런데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것 처럼 나타난거야.

 

오는 길에 공장 정문이 있었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인가도 생각을 해봤지만 공장 사람들은 자유복장으로 출근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거든. 그래서 정장을 입을 일이 없어. 그리고 축제날이라 다들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였고 축제 끝나고 사람들 빠지자마자 정문을 아예 닫아놨는걸. 오는 길에도 정문이 닫힌 걸 봤고.

 

그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한거야. 친구한테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얘기를 했어. (길이 워낙 조용해서 혹시나 들릴까봐ㅠㅠㅠ)

아니 지금 뒤에서 어떤 남자가 오는데 어디서 나타난건지 이상하다. 이 밤 중에 양복 입고 공장 따라 걸어올 일이 뭐가 있냐.

얘기를 했더니 친구도 어라 이거 좀 그런가 싶은거지.

이상한 사람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는 결론이 났고 우린 일단 그 사람과 거리를 좀 벌려놔야겠다고 생각했어. 걸음을 빨리 해서 걷기 시작했는데....

 

친구랑 나는 원체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고 많이 하는 애들이었어. 평소에 옆동네나 그 옆동네까지는 그냥 걸어다녀.

둘다 성격도 급해서 걸음이 굉장히 빨라. 그런 우리가 마음 먹고 빨리 걷고 있는데다가 무서우니까 평소보다 더 빨리 걸었겠지?

 

근데 그렇게 걷다 돌아봤는데

그 남자의 형체가 더 커져 있는 거야. 거리가 벌어지기는커녕 더 가까워진거지!

아무리 성인 남자의 걸음걸이와 애들 걸음걸이에 차이가 있다지만 그렇게 빨리 걸었는데 더 가까워지다니...

그쪽은 최소 빨리 걷기 최대 뛰기를 했단거잖아. 그래서 친구랑 야 안되겠다 좀 이상하다. 뛰자. 하고 뛰기 시작했어.

 

마침 조금만 더 가면 공장 후문이 있고 그 앞에 경비실이 있으니까 여차하면 거기 가서 도움을 요청하면 되겠다 싶었지.

그래서 하나둘셋 하고 막 뛰기 시작했음... 얼마간 뛰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갑자기 그 남자가 안 보이더라고.

옆은 담벼락으로 막혀있고 길 건너에도 없어.

그래서 뭐야 어디 간거지 하면서도 그냥 계속 뛰었어. 그리고 조금 더 가서 다시 돌아봤는데 ㅁㅊ

 

그 남자가 더 가까워져있는거야! 대체 어디로 갔다가 나타난거냐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때 길 옆엔 나무들이 좁은 간격으로 심어져 있었고 굉장히 울창? 했는데 그 쪽으로 붙어서 달리는 걸 우리가 밤이라 어두워서 못봤나 싶어.

 

여튼 완전히 공포에 질린 우리는 미친듯이 뛰었어. 경비실 불빛이 보이길래 살았나 싶었는데...

아니 그 날따라 경비실에 왜 사람이 없냐..

불만 켜져있고 아무도 없었어.

 

그리고 공장 끝나고 우리 동네 시작하는 부근까진 아직도 거리가 꽤 남아있었고.

어쩌겠어.

미친듯이 뛰는 수밖에....

 

그렇게 뛰다가 동네가 보이기 시작해서 내심 안도하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그 남자가

 

뛰어오고 있었어....

 

거리가 가까워져서 얼굴이 일부 보였는데

입이

 

히죽히죽히죽히죽

 

웃고 있더라.

 

너무 놀라서 비명도 안나왔어.

 

마침 저 멀리서 이쪽으로 차가 한 대 오고 있었어.

그 남자를 따돌려야겠다 싶어서 적당한 타이밍에 뛰던 방향을 확 틀어서 길을 건너버렸어.

우리가 건넌 뒤엔 차가 지나갔고.

그리고 나서 그 남자가 있던 방향을 다시 봤는데 뛰던 걸 멈추고 서서 우릴 가만히 쳐다보고 있더라고..

근데 그렇게 뛰고서도 머리며 양복이며 흐트러짐 하나 없는 걸 보니 거기서부턴 우리가 본 게 사람인지 귀신인지도 모르겠더라.

여튼 집에는 무사히 돌아갔고 그 다음부턴 밤에 절대 공장길로 안 다녀. 그 때 우리가 본 그 남자는 대체 뭐였을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지... 밤엔 으슥한 길로 절대 다니지마 토리들ㅠㅠㅠㅠㅠ

  • tory_1 2018.07.15 20:57
    뭐냐... 존무...ㅠㅜ
  • tory_2 2018.07.15 21:01

    사람...

    남자들은 한참 막 뛰어도 여자들처럼 머리 잘 흐트러지지 않아.

    왜 하필 경비실엔 사람이 없었냐.. 진짜 무서웠겠다

    그래도 친구랑 둘이어서 다행이었지 톨 혼자였으면 어쩔뻔 했어 ㅠㅠ

  • tory_3 2018.07.15 21:21
    와 무섭다...그나마 혼자가 아니고 둘다 체력이 있어서 다행이었네. 귀신이었음 차따위 상관없지않았을까? 근데 사람이라 생각하니 더 무섭..
  • tory_4 2018.07.15 22:33
    일부러 여자들이 무서워하는거 재밌어서 장난치는 싸이코패스 같은 남자도 있대. 모 남자연예인이 그 예시
  • tory_7 2018.07.16 08:02
    22222
  • tory_17 2018.07.20 11:14
    3333 어휴 ㅅㅂ
  • tory_18 2018.07.20 18:02
    4444444 진짜 개빻았음.. 직접 범죄는 안 저질렀다해도 여자들이 공포에 떠는걸 즐기는 마인드가 이미 범죄자같음
  • tory_5 2018.07.15 22:35
    아 미친 사람이라 생각하니 무서움을 넘어서 끔찍할 지경 ㅠㅠㅠ
  • tory_6 2018.07.15 23:37
    아 대박....귀신보다 사람이었을까봐 더 무섭다ㅠㅠㅠ
  • tory_8 2018.07.16 09:50

    와..무언가 사람이라면 악질이야. 어린 여자애둘이 겁먹어서 도망가는게 그렇게 재밌었을까...물론 검은 양복 이런게 상갓집 간다던가 해서 입었을수도 있었을거라고 생각은 되지만 그 겁먹여놓고 히죽히죽 웃었다는게 분노가 치민다

  • tory_9 2018.07.16 11:39

    차라리 놀래킬려는 귀신이 낫겠다..어휴..

  • tory_10 2018.07.16 13:5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22 09:55:04)
  • tory_11 2018.07.16 16:37
    사람이라면 진짜 못됐다 그 사람
  • tory_12 2018.07.16 17:01

    22

  • tory_13 2018.07.17 05:36
    사람이면 진짜 어이없는 놈이네.똑같은 꼴 두배로 당해라
  • tory_14 2018.07.17 08:03
    빙수집 근처 번화가?부터 따라온 거 아니야? 막 회사 야근 끝내고 여자 둘 지나가는 거 보고 나쁜 맘 먹고 따라온 듯...

    무슨 범죄 저지르려고 했을 수도 있지만 진짜 4톨이 말한 모 연예인처럼 직접 저지르지 않고 저렇게 겁먹이면서 희열 느끼는 인간들도 꽤 있다고 하더라 ㄷㄷ
  • W 2018.07.18 21:15
    사실 나도 귀신은 아니고 사람이었다고 생각해ㅋㅋㅋㅋ.... 그래서 저 사건 있고 몇 년 뒤에 4톨이 말해준 모 연예인 얘기 듣고 정말 짜게 식었다... 무서워 하는거 재밌어서 그랬든 나쁜짓 하려고 했든 길가다 똥이나 밟아라 나쁜놈
  • tory_16 2018.07.18 21:42
    미친... 사람인 게 더 무서워 ㅠㅠ 사람이었으면 진ㄴ짜 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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