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에 울 할아버지 이장을 하기로 했어.
우리집은 선산이 있었는데 거기가 재개발 지역에 들어가게 되어서 했던 결정으로 알아.
친지끼리 이장 후 화장해서 수목장하는 쪽으로 얘기를 하고
우리 집은 아버지가 대표로 참석하게 되었지.
그 날은 우리 할아버지 포함 5구를 이장을 하기로 했대.
업체에서 사람이 와서 절차에 따라 이장작업을 하는데 아버지가 바로 옆에서 상황을 지켜봄.
이장 이라는건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 유해를 수습하고 나서는
화장용 종이에 뉘이고 기도? 하는 일까지 해야된대.
자연스레 지켜보던 사람들이 유해를 확인하게 되는거지.
5구가 나란히 수습되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는데 이유가 유골의 색때문이었어.
3구는 톨들도 알다시피 고운 백색이었는데
우리 할아버지랑 작은 고모할머니?는 검은색이었대.
그 때 업체 사람 중 하나가 씁쓸한 얼굴로 이유를 설명해주었어.
돌아가신 분들이 입게 되는 수의는 순 대마?로 제작이 되는데 그래야 시신에 영향을 주지않고
곱게 삭는다는거야. 그렇지 않고 화학직물이 섞이면 검게 썩어서 유골색을 물들이게 된대.
국산이고 좋은 것일수록 가격이 비싸지는데 제 값을 주더라도
업체에서 이익을 남기려고 사기를 치기도 한다더라고.
보통 수의업체에서는 사람들에게 질 좋은 마임을 증명하려고 눈 앞에서 태우는 시늉도 하곤 하는데
정작 받을때는 다른 것을 보내는 식으로도 사기를 침..
돌아가신 분들과 함께 묻히는 수의다보니 다들 사기를 당했는지도 알 길이 없는거지.
그 얘기를 하면서 그 분이 이장도 함부로 하기 겁나는데 나중에 무슨 벌을 받으려고
그 짓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더래.
우리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났던 해 돌아가셨는데 그게 거의 30년전임.
그당시에 우리 큰아버지가 수의업체에서 부르는 50만원에 10만원을 더 얹혀서
여기서 제일 좋은걸로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하셨대.
그당시 60만원이면 지금으로 환산해도 500은 된다고 볼 수 있대.
그 업체사장이 돈을 받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마음 아파하면서 그러마 하고 약속을 했었다는데
그 돈을 주고도 사기를 당한거지...
속상한 마음에 우리 아버지가 그 사장을 수소문할까하다가
그 사장짓인지 아니면 납품업체짓인지 확인도 안될건데 이제와서..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대.
할아버지는 이장이 되어서 작은 유골함에 담겨져 우리집에 오게 되었고
무섭다는 내 불만에도 그렇게 수목장 전까지 일주일을 나랑 거실에 계셨다.
다행히? 뭐 꿈에 나오시거나 하시진 않으셨어
내가 겁쟁이라 놀랄까봐 그러셨던건지ㅋㅋ
재밌는건 이장한 바로 다음날 우리 선산에 예보도 없이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고 한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배려해주신거라고 생각하더라고.
얼마 전에 아버지랑 저녁먹다가 들은 얘기야.
아 진짜, 저런 인간들이 고개 들고 사는지 모르겠어. 천벌 받을 놈들.